
(인천=뉴스1) 정진욱 기자 =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제2여객터미널 확장공사(4단계 사업)와 관련한 내부 갈등으로 감사원 컨설팅(뉴스1 3월 6일 보도)을 의뢰한 가운데, 공사가 공사비 지급을 미루며 지역 건설업계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
15일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에 따르면 공사는 총 2300억 원 규모의 4단계 공사비 중 지난 2월 300억 원만 지급했다. 나머지 2000억 원은 지급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공사 금액을 지급하지 않은 이유는 공사 내부의 시공사(제2터미널 시공사 및 사업부서)와 발주처(CM사업관리단, 감사부서) 간 갈등이 있어서다.
이번 확장공사의 총 공사비는 최초 계약금액 대비 32.4%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5월 설계변경이 승인되면 48% 가까이 증액될 전망이다. 이는 공사 과정에서 잦은 변경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건설업계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애초에 공사비를 과소 책정하거나 주요 항목을 누락한 채 사업을 밀어붙인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공공사업에서 공사비가 30% 이상 증가하는 사례는 드물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시공사는 설계변경 미승인 탓에 자금난에 빠졌다. 대출 이자와 금리 부담까지 겹치면서 경영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지역 건설업체들은 이 사안을 해결하기 위해 국토교통위원회와 국회의원실에 피해 사실을 전달했다. 그러나 공사는 "감사원 컨설팅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이유로 공사비 지급을 미루고 있다.
한 인천지역 전문건설업체 대표는 "30년 넘게 현장에 있었지만 이렇게 수시로 도면이 바뀐 경우는 처음"이라며 "설계를 제대로 하지 않고 현장에서 매번 수정을 요구해 손해를 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사비는 48%까지 늘었지만 공사기한은 그대로였다"며 "지역 사회와 하도급사, 시공사가 힘을 합쳐 개항을 도왔지만, 공사비를 받지 않아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다른 시공사 관계자는 "인건비 지급 등으로 수 억원의 돈을 빌렸고, 이자를 갚기 어려운 실정에 놓였다"며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더 늦기 전에 공사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공사에 참여한 건설업계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며 "감사원 컨설팅 결과가 이달 중 나올 예정이고 5월 계약 변경을 거쳐 공사비를 지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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