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뉴스1) 김기현 기자 = 유명 수도권 체육대학(체대) 입학 조건을 내세워 학부모로부터 수천만 원을 가로챈 일당이 실형 등을 선고받았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3단독 엄상문 부장판사는 최근 수도권 K 대학교 S 학과 재능기부 지도자 A 씨(50대)의 사기 및 사기미수 혐의 선고 공판을 열고, 징역 8월을 선고했다.
엄 부장판사는 또 A 씨와 같은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사격코치 B 씨(50대)에게는 징역 6월을, 임대업 종사자 C 씨(50대·여)에게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A 씨 등은 지난 2021년 3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체대 입시생 학부모 D 씨에게 K 대 입학 조건으로 수천만 원을 받아 가로채거나 편취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 범행이 시작된 건 C 씨가 직장 동료이자 D 씨 아내인 E 씨로부터 "아들이 서울지역 체대 입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서부터였다.
C 씨는 곧바로 "그보다 더 좋은 K 대에 들어갈 기회가 있다"고 말했고, 머지않아 서울 은평구 한 카페에서 D 씨도 만나는 데 성공했다.
그때부터 C 씨는 "K 대에 사격 특기생 정원(T/O)이 두 명 있다. 정말 좋은 기회다"라며 "아는 사람 중에 국가대표 출신 코치가 있고, K 대 사격부 감독이 있다. 감독은 재단 측 사람"이라고 D 씨를 현혹하기 시작했다.
K 대 사격부 감독은 A 씨, 국가대표 출신 코치는 B 씨를 칭하는 수식어였다. C 씨는 그러면서 A 씨와 B 씨를 만나보라고 권유했다.
이후에도 C 씨는 E 씨에게 전화를 걸어 "주말에 미팅을 잡았다"며 "코치와 재단 이사장 쪽이 관련돼 있어 주변 사람들한테 얘기하면 안 된다. 왜냐하면 주변 사람들이 알게 되면 신고한다"고 당부했다.
마치 자신이 소개시켜준 A 씨와 B 씨가 K 대 입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처럼 꾸며 말한 셈이다. 그렇게 D 씨 가족은 A 씨와 B 씨를 직접 마주하는 데 이르렀다.
이 자리에서 A 씨는 'K 대학교 체육대학 사격부 감독 A'라고 기재된 명함을 건네주며 "총만 잘 쏘면 체육특기생으로 K 대학교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A 씨는 또 "기본점수를 쏘면 전국대회에서 메달을 딸 수 있고, 그러면 K 대학교에 들어갈 수 있다"며 "성적같은 건 신경쓰지 말아라. 레슨은 B 씨와 얘기하면 된다"고도 당부했다.
그러자 B 씨는 "레슨비는 1개월에 500만 원씩, 10개월치 5000만 원을 달라"고 제시했고, D 씨는 결국 B 씨 계좌로 6개월치 레슨비 3000만 원을 송금했다.
하지만 당시 K 대 특기생, 즉 실기우수자전형 선발 종목에는 사격이 포함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는 사격 특기생 정원 2명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수능위주전형 선발 종목에는 사격이 포함돼 있기는 하나, 이 역시 사격 종목 정원 2명이 따로 존재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A 씨는 K 대 사격부 감독이 아닌, 재능기부 지도자로서 K 대 입시에 영향력을 행할 수 있는 지위나 능력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그는 5000만 원 가운데 나머지 2000만 원을 더 갈취하기 위해 K 대 '겸임교수' 행세까지 하며 D 씨에게 "B 씨와 레슨비를 마무리 하라"고 재촉하기도 했다.
이에 D 씨가 "레슨은 넉달만 하지 않았느냐"며 거부하자, A 씨는 "아들이 41등으로 합격했다. 제가 확인했다"고 거짓말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D 씨 자녀는 끝내 K 대에 최종 불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엄 부장판사는 "이 사건 범행은 입시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인 피해자의 처지와 기대심리를 이용해 돈을 편취하거나 편취하려다가 미수에 그친 것"이라며 "범행수법에 비춰 죄질이 좋지 않은 점, A 씨는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범죄전력이 있는 점 등은 피고인들에게 불리한 정상"이라고 판시했다.
아울러 "그러나 피해자의 자녀에 대해 실제로 사격 레슨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 점, B 씨와 C 씨는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범죄전력은 없는 점 등은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정상"이라며 "그 밖에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모든 사정을 종합해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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