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여직원에게 '직장상사에 대한 예절'이라는 문서를 배포하고 점심 식사 준비, 설거지 등을 시킨 직장 상사들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광주지법 민사1단독 채승원 부장판사는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A 씨가 이사장부터 실무 책임자까지 B 금고 관계자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해당 금고 이사장을 포함한 4명이 원고에게 각 200만~800만 원 등 1700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B 금고에서 근무하던 여직원 A 씨는 2021년 말부터 2022년 8월까지 각종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
해당 금고 이사장 C 씨는 지난 2021년 12월 직원회의 중 직원들에게 '직장상사에 대한 예절'이라는 문서를 배포했다.
이 문서에는 '상사 중에서 직무상 능력이 없는 상사, 직무를 잘못 수행하는 상사, 직무 이외의 일을 강요하는 상사 등 여러 유형이 있겠지만 거기에 알맞는 섬기는 방법을 채택해 섬겨야 한다'는 문구가 명시됐다.
또 '꾸지람을 들을 때는 자신의 잘잘못을 떠나 순종하는 자세로 냉정히 반성할 줄 아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놀란 표정을 짓거나 말도 없이 바라보는 것은 명령을 받기 싫다는 자세로 보인다'는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해당 문서 배포 이후 C 씨는 직원 회식 자리에서 A 씨에게 건배사를 알려준다는 명목으로 망신을 주고, 새벽에 자택에서 쓰러져 회사 워크숍에 불참하게 된 A 씨에게 "본인 스스로 몸 관리를 못 한 것도 잘못된 것"이라며 사유서를 쓰게 했다.
지점장 D 씨는 A 씨에게 점심 식사 준비 등을 시키고 회식 참여를 강요하며 원고를 수차례 질책했다.
또 D 씨는 원고에게 "네가 맛있는 거를 안 해줘서 입맛이 없다. 집에서 맛있는 거 만들어 와야지"라며 점심 식사 준비를 지시하고 "밥을 왜 이렇게 질게 했냐"며 질책했다.
A 씨는 직원들의 점심 식사 준비와 설거지, 화장실 수건 세탁 담당 등 각종 부당 행위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전주지청은 B 금고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 금고 측이 A 씨에게 각종 괴롭힘을 가하고 워크숍 불참 시말서에 '어떤 처벌도 감수하겠다'라고 작성하도록 강요한 점 등을 적발했다.
금고 측은 이사장에겐 임원개선, 지점장에겐 징계면직, 나머지 직원들엔 정직 또는 감봉 처분을 의결했다.
채승원 부장판사는 "피고들은 원고에게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의무 없는 일을 강요하는 등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괴롭힘 행위를 했고, 직장 내 존중·보호돼야 할 인격을 갖춘 존재인 원고의 인간으로서의 존업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게 했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이런 침해 행위는 금고와 피고들 사이에 명시적이거나 암묵적으로 형성된 성차별적인 조직문화, 비이성적인 위계질서 속에서 이뤄져 선량한 풍속 또는 사회질서에 반하는 위법행위에 해당한다"며 "각 직장 내 괴롭힘의 내용, 방법 등을 고려해 위자료를 정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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