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지난 1월 산림청 산불진화대 체력 시험을 치르던 도중 70대 응시자가 숨진 사고와 관련, 유족이 전남 장성군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들은 장성군이 현장에 구급차와 제세동기를 배치하지 않는 등 안전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주장했다.
24일 광주전남노동안전보건지킴이에 따르면 올해 1월 21일 오전 전남 장성호 수변 공원 일대에서 열린 봄철산불전문예방진화대 체력시험 도중 70대 응시자 A 씨가 심정지로 쓰러져 숨졌다.
A 씨는 물 15㎏이 든 등짐펌프를 지고 수변공원 계단 206개를 오른 뒤 휴식을 취하고 일어서다 쓰러졌다. A 씨는 과거에도 2년간 산불진화대로 활동했었다.
장성군은 계단 오르기로 시험을 치렀다. 응시자가 물 15㎏이 든 등짐펌프를 메고 공원 계단 206개를 오른 시간을 측정, 빠른 시간 순으로 합격자를 가렸다. 계단 1개 높이가 13㎝인 206개 계단 전체 높이는 26m 남짓으로 아파트 약 10층 높이다.
당시 산불진화대 지원자 76명 중 60세 이상은 59명이었고, 70세 이상은 숨진 지원자를 포함해 3분의 1 이상이었다.
노동안전보건지킴이는 전남 22개 시·군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체력검정 현장에 구급차와 자동제세동기를 비치하지 않고 상해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은 곳은 장성군이 유일했다고 밝혔다.
특히 체력검정 당시 체감온도 영하의 기온에도 준비운동 같은 사전 조치도 취하지 않는 등 안전사고 발생을 예방할 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산림청 산불감시원 운영규정 등은 체력검정 현장에 구급차, 자동제세동기를 비치하고 사고 발생 시 보상을 위한 단체상해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고 있다.
또 체력검정은 걷기·지구력 측정 위주로 실시하도록 했다. 순발력이나 근력을 테스트하는 단거리 달리기는 금지하고 뛰는 경우 배점 30점 가운데 10점을 감점하라며 세부적인 지침도 제시하고 있다.
산불진화대 체력검정 지원자에 고령층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잇따르는 유사 사망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지침 강화도 시급하다.
노동안전보건지킴이는 "산불진화대 지원자 상당수가 60대 이상 고령층인 것을 감안하면 강도 높은 체력검정은 사고 위험이 높다"며 "2020년부터 확인된 사망사고만 7건에 달하고 모두 60대 이상"이라고 밝혔다.
단체는 "2020년 울산과 경남 창원, 경북 군위에서 일주일 새 사망사고가 잇따랐다. 2021년엔 전북 장수에서 2022년에는 대구에서 비슷한 사망사고가 이어졌다. 올해는 장성군 뿐만 아니라 강원 평창에서도 체력검정 중 60대가 숨졌다"고 부연했다.
유족을 대리한 김성진 변호사는 "이번 사고는 장성군이 안전 관리 의무를 명백하게 위반해 발생한 것"이라며 "장성군이 책임을 인정하고, 전국적으로 진행되는 산불진화대 체력검정 과정에서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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