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의 도시' 전남 장흥의 유일 서점 책방지기의 고민

[지방지킴이] 1944년 문 연 '문화당' 한국전쟁·518 거쳐 80년 뿌리
서울살이 대신 고향지킴 택한 최경석 씨 "한강 덕에 힘닿는 데까지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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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이미지 - 1944년부터 운영해온 전남 장흥군에 위치한  문화당 서점 전경.(장흥군 제공)2025.2.7/뉴스1
1944년부터 운영해온 전남 장흥군에 위치한 문화당 서점 전경.(장흥군 제공)2025.2.7/뉴스1

(장흥=뉴스1) 박지현 기자 = '노벨문학의 도시' 전남 장흥.

한강 작가의 부친 한승원 작가는 물론 이청준, 송기숙, 이승우 작가 등 현대문학의 거장을 대거 배출한 이곳은 아이러니하게 책을 살 수 있는 '서점'이 딱 2곳뿐이다.

이 동네 서점 2곳은 한 가족이 대를 이으면서 주민들에게 도서·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문화당'은 장흥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이다. 문을 연 지 올해로 딱 80년을 맞았다. 현재는 최경석 씨(64)가 '책방지기'다.

간판을 바꿔 달면서 '문화당'이라는 글씨는 이전보다 진해졌지만, 어느 서점도 흉내 낼 수 없는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 있다. 간판 한쪽에 쓰인 'SINCE 1944'라는 문구는 서점의 긴 역사를 증명한다.

초대 창업주인 고 최장업 씨는 '춘추당'이라는 이름으로 서점을 열었다. 2대 사장이자 경석 씨의 아버지인 고 최인창 씨는 1944년부터 현재의 자리에서 문화당 영업을 시작했다.

아버지는 농촌사회이지만, 책을 통해 문화 융성에 기여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책방 이름을 '문화당'으로 지었다.

초창기엔 이곳이 장흥 전체 학교의 교과서를 모두 공급했다. 1950년대 한국전쟁이란 혼란한 전쟁통에도 대구에서 직접 책을 떼어다 팔았다.

전두환 신군부의 계엄으로 살벌했던 1980년대에는 신군부가 '불온서적'으로 지정한 각종 서적을 구해줬다가 경찰에 끌려가는 고초를 겪기도 했다.

이 작은 동네 책방은 배를 타고 완도의 섬 지역은 물론, 강진, 보성에도 책을 납품하며 도매상으로 성장했다.

3대째 사장 경석 씨는 어릴 때부터 책방을 떠나지 않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책과 가까워졌다. 가업을 이으려던 생각은 없었지만, 아버지와 형이 세상을 떠나면서 생각을 바꿨다.

서울의 직장을 그만둔 그는 2010년부터 이 서점의 '책방지기'를 맡았다. 장흥의 또다른 서점인 '상문당'은 형수가 운영 중이다.

책에 평생을 바치기로 결심한 최 씨에게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은 여러 의미에서 반가운 소식이었다.

대학생 시절 종종 장흥에 내려와 책방을 둘러보던 한강 작가, 지금도 종종 왕래하는 한승원 작가의 희소식에 그는 본인 일처럼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그는 "한강 작가는 정말 대한민국과 장흥의 자랑이다"고 했다.

그는 "한강 작가의 시리즈인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흰을 찾는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많다"며 "개인을 비롯해 독서클럽이나 학교에서도 많은 주문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본문 이미지 - 1944년부터 운영된 전남 장흥군에 위치한 문화당 서점 내부 모습.(장흥군 제공)2025.2.7/뉴스1
1944년부터 운영된 전남 장흥군에 위치한 문화당 서점 내부 모습.(장흥군 제공)2025.2.7/뉴스1

장흥은 '노벨문학의 도시'가 됐지만 정작 책방지기의 고민은 깊다.

약 12만 명이었던 장흥의 인구가 3만 명까지 줄면서 문화당을 향하는 발걸음은 예전 같지 않다.

경석 씨는 "힘 닿는 데까지 열심히 운영할 생각이다. 아내가 많이 도와줘서 감사하다"면서도 "지역 서점은 문화사랑방 역할을 하는데 사라질까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도서를 통한 지역 문화 융성'이라는 아버지의 뜻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한다. 타지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자녀들은 아직 서점을 이어받을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그에게 있어서 '독서'는 무슨 의미일까. 경석 씨는 "사람을 이해하는 과정"이라는 시적 표현을 사용했다.

그는 "빠른 정보화 시대지만 인간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며 살아간다. 책을 읽으면 과격한 경쟁에서 서로를 돌아볼 수 있는 교양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경석 씨는 "장흥은 한강 이전에도 이청준 작가, 녹두장군 소설을 쓴 송기숙 작가, 동학농민운동을 고증한 한승원 작가까지 순수 문학 계통의 거장을 배출한 문학의 도시다"며 "주민들과 함께 독자와 함께 운영하는, 문턱이 없는 그런 문화사랑방으로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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