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뉴스1) 서충섭 기자 = 광주 지역 학교 축제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이끌고 있는 유튜버 축사나 5·18민주화운동 등을 희화화하는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학생들이 정치·이념적으로 편향된 유튜브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되면서 교육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일 광주교육청에 따르면 최근 광주 A 고등학교 축제에서 배인규 신남성연대 대표의 축사가 상영되면서 시민들의 항의 민원이 다수 제기됐다.
배 대표는 정치적 발언 대신 "좋은 추억을 만들길 바란다"는 덕담만 남겼지만 민원인들은 "민주주의 상징 도시 광주에서 배 대표 축사가 등장한 경위와 결정권자를 밝히라"고 교육청에 항의했다.
배 대표 축사는 축제를 기획한 학생들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리허설까지 진행됐지만 교사들은 학생들의 행사 진행을 신뢰하며 배 대표 영상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다.
배 대표는 최근까지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서 적극 활동하는가 하면 서울서부지방법원 폭동 당시에도 현장서 "다 잡혀가니 영상들 지워달라"며 폭력 사태를 촬영한 유튜버들에 호소했다.
신남성연대 대표를 맡기 전인 2020년 '왕자'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할 당시 우파 유튜버 안정권 씨와 함께 광주를 찾아 '가짜 5·18유공자론'을 주장하며 광주서 노상 시위를 전개했다.
자신의 유튜브서 5·18 최초 희생자들이 계엄군이 아닌 시민군의 인민재판으로 사망했다거나 시민들의 무장 경위를 의심하는 등 왜곡·폄훼성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A 고 측은 학생들이 배 대표를 단지 유튜버 고기남자와의 '현피(현실 격투)'로 유명해진 유명인으로 알고 정치적 성향은 잘 몰랐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다른 광주 일부 중·고등학교 축제서는 5·18민주화운동과 광주학생독립운동 등을 희화화한 행사를 했다가 200여 건의 항의 민원이 빗발쳤다.
B 고등학교와 C 중학교 축제서는 '가장 의미없다고 생각하는 운동을 고르시오'라는 질문의 선택지로 '3·1운동', '광주학생항일운동', '5·18민주화운동', '여성운동' 등 4개의 선택지를 제시했다. 이 역시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기획한 축제 행사다.
유튜브 '피식대학' 프로그램 중 하나인 '나락퀴즈쇼'를 본떠 기획한 것으로 출연자가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던져 당혹하는 모습을 기획했다. 학생들은 "미리 알면 재미없다"며 퀴즈 내용을 교사들에게 비밀로 부쳤고, 학교측도 학생 자치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을까 더 캐묻지 않았다.
퀴즈를 지켜본 이들의 민원이 200여건 가까이 쏟아지면서 두 학교는 결국 사과문을 올려야 했다.
인터넷매체 시민기자로 활동하는 서부원 광주살레시오고 교사는 "광주 학생들의 민주화의식이 타 지역보다 높게 체감되는 건 사실이지만 빠른 속도로 허물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유튜브 등의 영향으로 민주화 의식이 희화화되나 무관심해지는 데 대한 문제 의식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 교사는 또 '극우적 주장 득세하는 남고 교실 풍경'이란 글을 통해 "지금 학교서는 당당하게 극우를 자임하는 청소년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며 "페미 척결이 또래들 사이서 인기를 독차지한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의 박고형준 상임활동가도 "최근 광주 일부 학교 축제서 벌어진 극단적 사건들은 한국 교육의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언급하며 "학생들이 역사와 사회 문제를 균형 있게 이해하거나 공감하지 못한 사례로 지적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학생들의 돌발 행동에 교육당국은 난감함을 감추지 못했다.
광주교육청은 민주화·인권교육을 강화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미 광주서는 타 시도보다 높은 강도의 5·18과 민주주의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보다 근본적인 진단이 이뤄져야 한단 목소리다.
광주교육청 관계자는 "다양한 측면에서 대응이 필요한 사안이다. 학교의 지도감독 소홀 부분을 개선하는 한편 정치적 중립성과 비판적 사고를 키우도록 관련 교육도 강화할 방침이다"며 "교감협의회를 통해 인권과 성평등, 역사 교육을 강화하고 학교에서도 이같은 부분을 지도해줄 것을 당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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