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뉴스1) 이성덕 기자 = "다방면에서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경북 의성군에서 고추 농사를 짓다가 산불로 전 재산을 잃은 김숙자 씨(70·여)가 23일 컨테이너형의 임시주택에서 김주수 의성군수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입주 첫날인 이날 김 씨 등 2가구가 먼저 입주했다.
김 씨는 소일거리로 고추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가 지난달 22일 발생한 산불로 인해 하루아침에 전 재산을 잃어버렸다.
큰불이 집 앞까지 번지자 눈앞에 보이 보이는 외투만 들고 남편과 함께 집 밖으로 뛰쳐나왔다가 한 달간 마을회관 등지를 떠돌아다녔다.

김 씨는 "고추 건조기 등 농기계 타버린 건 말할 것도 없고 숟가락까지 홀랑 다 타버렸다"며 "이젠 일어설 힘도 없는데 처량한 내 모습만 생각하면 눈물이 절로 난다"고 말했다.
이어 "군에서 고추 모종은 마련해 준다니 기다리고 있고 농기계는 군에서 70% 부담해 준다고 하니까 긴급 생활지원비 가지고 나머지 부분을 보탤 예정"이라고 했다.
김 씨 옆집에 사는 이재민도 서글프기는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희망이 보인다"고 말했다.
김남순 씨(70·여)는 "산자락에 있던 집이 다 타버려 무일푼"이라며 "한 달간 마을회관에서 생활하다가 감기에 걸려 고생했는데 전날 저녁에 먼저 입소해 펄펄 끓는 바닥에서 잤다가 일어나니 컨디션이 많이 회복됐다"고 말했다.
이어 "하루 생활해 봤는데 보일러 성능, 수압 모두 좋다"며 "생필품도 대부분 구비돼 있어 몸만 들어왔다. 신경을 많이 써주신 것 같아 참 고맙다"고 덧붙였다.

이재민을 만난 김주수 군수는 '이재민 임시주택 입소 완료 시점'에 대한 질문에 "이달 말까지는 불가능하고 5월 중순까지는 돼야 할 것 같다"며 "당초 빠른 설치를 위해 컨테이너를 계획했으나 공간이 좁아 조립식으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맨몸으로 빠져나온 이재민들이 적지 않아 먼저 군 차원에서 500만원씩 드리고 있다"며 "이재민들이 일상생활로 빨리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의성군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330가구, 507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이들은 친척집, 경로당 등에 분산돼 머물고 있다.

군은 안평면에 조립식 컨테이너 6동을 먼저 설치했고 향후 순차적으로 들일 계획이다.
1동당 27㎡(8평) 규모의 컨테이너에는 냉난방시설과 가스레인지까지 설치가 완료됐고, 텔레비전, 냉장고, 세탁기 등 주요 생활가전도 들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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