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땅 선뜻 내어 드립니다"…산불 이재민에 임시주택 터 내준 의성 주민

양파밭 600평 제공…임시주택 최대 2년까지 거주 가능

경북 의성군 단촌면 하화1리회관 인근에 있는 밭에서 노인들이 양파 싹을 뽑아내며 임시주택 터를 마련하고 있다.2025.4.4뉴스1 ⓒ News1 이성덕 기자
경북 의성군 단촌면 하화1리회관 인근에 있는 밭에서 노인들이 양파 싹을 뽑아내며 임시주택 터를 마련하고 있다.2025.4.4뉴스1 ⓒ News1 이성덕 기자

(의성=뉴스1) 이성덕 기자 = "임시주택 들어갈 터가 없어서 제 땅 선뜻 내어 드립니다."

지난 4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하화1리회관에서 만난 마창운 씨(60대)는 "20여개 임시주택이 들어갈 자리가 마땅하지 않아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마 씨가 제공한 터는 600평(1983㎡) 정도 규모로 마을회관과 20m 정도 떨어진 곳이다. 노인들의 소통 사랑방으로 꼽히는 마을회관과 가까워 주민들은 "좋은 위치에 마련한 것 같다"고 했다.

마 씨가 제공한 밭에는 시가 1800만원 정도의 양파가 자라고 있었지만, 노인들은 공간 마련을 위해 분주하게 싹을 뽑아 올리고 있었다.

마 씨는 "터만 다지면 상수도관과 전기 설치가 용이할 것 같다"며 "인근에 적당한 부지가 없다고 해 제공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시중에는 못 팔고 어느 정도 자란 양파는 동네 주민들과 나눠 먹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때 임시주택 공터 마련이 어려워지자 동네 주민들이 "지자체가 땅 주인을 설득 못 하는 것 아니냐"며 핀잔을 놓았다.

'이번 화재로 전 재산을 잃었다'는 A 씨(70대)는 "임시주택 들어오면 경로당 생활을 청산할 수 있어 좋다"면서도 "임시주택엔 평생 살아야 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그는 "울진 산불 주택 보상금을 보니까 아주 적었다. 수입이 없는 노인들은 결국 은행 대출을 받아서 집을 올려야 한다"면서 "새집 받을 수 있어 기분 좋지 않겠냐고 하지만 그건 돈 있는 노인들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재민은 임시주택에서 최대 2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임시주택은 8평(27㎡) 크기로 방과 주방, 욕실 등으로 구성돼 있고 싱크대, 에어컨, 수납장 등 생활 필수시설도 갖추고 있다.

지난달 22일 시작된 산불로 주택 4042동, 농작물 3831㏊, 축산시설 223동, 시설하우스 454동, 농기계 6745대가 피해를 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현재 1053명이 체육관 등 대피시설에, 2437명이 경로당 등 임시주거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psyduc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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