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농장 타는줄 모르고 노인들 대피시켰다"…산불 ‘숨은 영웅’

60대 문화관광해설사는 불길 번지기 전 불상 옮겨

의성 산불 나흘째인 25일 오후 경북 안동시 길안면 백자리에 강풍이 불어 주변 산이 화염에 휩싸인 가운데 소방관계자들이 대피 명령이 내려진 마을 곳곳을 순찰하고 있다. 2025.3.25/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의성 산불 나흘째인 25일 오후 경북 안동시 길안면 백자리에 강풍이 불어 주변 산이 화염에 휩싸인 가운데 소방관계자들이 대피 명령이 내려진 마을 곳곳을 순찰하고 있다. 2025.3.25/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의성=뉴스1) 이성덕 기자 = 엿새 동안 경북 북부·동해안을 휩쓴 산불 당시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문화재를 지키는 등 숨은 영웅들의 활약상이 속속 전해졌다.

지난달 25일 태풍급 바람을 탄 산불이 경북 의성군 전역과 안동시 등지로 급속히 번지자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챙기고 주택의 불길을 막아선 주민들이 있다.

2일 의성군 단촌면에서 만난 마창운 씨(60대)는 산불이 번질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동네에서 3㎞가량 떨어진 상화리에서 소 700여마리를 키우는 농장주를 도와주고 있었다"며 "산불 발생 초기에는 '설마 우리 동네까지 넘어오겠나' 생각했지만 강한 바람을 타고 불길이 삽시간에 우리 동네로 들이닥쳤다"고 말했다.

마 씨는 "마을을 떠나기 전 집집마다 돌며 사람이 없는지 확인했는데, 일부 어르신들이 자신의 소중한 재산을 지키겠다고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아 애를 먹었다"며 "어쩔 수 없이 현장에 있던 경찰관에게 부탁해 어르신들을 억지로 데리고 나올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본문 이미지 - 전국 곳곳에 산불이 이어지고 있는 27일 경북 의성군 고운사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번 산불로 국가지정 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된 고운사 가운루와 연수전 등이 전소됐다. 2025.3.27/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전국 곳곳에 산불이 이어지고 있는 27일 경북 의성군 고운사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번 산불로 국가지정 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된 고운사 가운루와 연수전 등이 전소됐다. 2025.3.27/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소중한 보물을 지킨 주민도 있다.

전통사찰인 의성 고운사에서 6년째 문화관광해설사로 활동하는 이천호 씨(62)는 "지난달 25일 오전 불이 번지기 전 대웅전에 있는 목조 불상에 방염포를 둘러놨지만 방염포는 1200도 이상에서 2시간밖에 못버티기 때문에 '빨리 빼내야 한다'고 관계 당국에 강력히 주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방염포에 쌓인 불상의 무게가 상당해 체인블록 등으로 옮기는데 시간이 꽤 소요된다"며 "불길이 번지기 전 불상을 빼내 천만다행"이라고 했다.

본문 이미지 - 26일 경북 의성군 고운사에 산불로 전소된 건물 흔적 위로 깨진 범종만 놓여있다. 이번 경북 의성 산불로 국가지정 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된 고운사 가운루와 연수전 등이 전소됐다. 2025.3.26/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26일 경북 의성군 고운사에 산불로 전소된 건물 흔적 위로 깨진 범종만 놓여있다. 이번 경북 의성 산불로 국가지정 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된 고운사 가운루와 연수전 등이 전소됐다. 2025.3.26/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그러면서 "이번 화재로 집에서 가꾼 나무 2000여그루가 못쓰게 됐다"며 "무엇보다 고운사가 소실돼 마음이 아프다. 모두가 힘들지만 시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의성군 단촌면에서 사과 농장을 짓는 의용소방대원 A 씨(40대)는 "산을 타고 불이 번지니까 산 아래에 있는 사과농장의 피해가 크다"며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돌보고 불을 끈다고 당시엔 내 농장이 타는 걸 생각지도 못했다"고 했다.

그는 "전문 교육을 받은 소방대원들도 대단하지만 묵묵히 동네를 지킨 우리 모습도 한번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본문 이미지 - 산불이 이어지고 있는 27일 경북 의성군 관덕리 마을에 화마의 흔적이 보이고 있다. 2025.3.27/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산불이 이어지고 있는 27일 경북 의성군 관덕리 마을에 화마의 흔적이 보이고 있다. 2025.3.27/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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