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동=뉴스1) 신성훈 기자 = 지난 22일 시작된 의성 산불이 엿새 만에 꺼진 후 집으로 돌아간 이재민들이 걱정에 휩싸였다.
거센 화마로 집은 폐허가 됐고 가재도구도 몽땅 타 버려서다.
29일 경북 안동시 일직면 원리에 살다 안동체육관으로 대피한 80대 A 할머니는 남은 짐을 가져가기 위해 이웃의 차를 얻어타고 1주일 만에 귀가했다.
그러나 집에는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할머니가 무너져 내린 집을 이리저리 돌아보며 남은 물건을 찾아보려 했지만, 대부분 불에 타거나 크게 훼손됐다.
오랜 지병을 앓는 할머니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서울의 병원에서 타온 6개월치 약. 그것도 몽땅 타 버렸다.
할머니는 산불이 덮치기 직전 시간이 없어 약을 대문 옆 농작물 건조기에 넣어두고 겨우 몸만 빠져나왔다고 한다.

건조기에서 꺼낸 약이 재와 가루가 돼 바스러지자 할머니는 "이거 못 먹으면 죽는데"라며 발만 동동 굴렸다.
눈물을 글썽이며 "이제 어떻게 살지…"라며 허탈한 표정을 짓던 할머니는 재와 가루가 된 약을 주워온 봉투에 쓸어 담은 뒤 "병원에 보여 줘야겠다"며 챙겨갔다.
이 마을 이장 B 씨는 "산 아래 있는 마을이 거의 다 이렇게 됐을 것"이라며 "집에 돌아와 보니 아무것도 안 남아 허망하다. 원망할 곳도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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