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6개월치 약 다 타버려"…산불에 모두 잃은 안동 노인 눈물만

일직면서 긴급대피 일주일 만에 가본 집 "아무것도 안 남아"

본문 이미지 - 29일 산불로 대피했다가 집을 확인하러 온 할머니가 타지말라고 숨겨놓은 약이 재가 돼 아쉬움에 재를 쓸어담고 있다.2025.3.29/뉴스1 신성훈 기자
29일 산불로 대피했다가 집을 확인하러 온 할머니가 타지말라고 숨겨놓은 약이 재가 돼 아쉬움에 재를 쓸어담고 있다.2025.3.29/뉴스1 신성훈 기자

(안동=뉴스1) 신성훈 기자 = 지난 22일 시작된 의성 산불이 엿새 만에 꺼진 후 집으로 돌아간 이재민들이 걱정에 휩싸였다.

거센 화마로 집은 폐허가 됐고 가재도구도 몽땅 타 버려서다.

29일 경북 안동시 일직면 원리에 살다 안동체육관으로 대피한 80대 A 할머니는 남은 짐을 가져가기 위해 이웃의 차를 얻어타고 1주일 만에 귀가했다.

그러나 집에는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할머니가 무너져 내린 집을 이리저리 돌아보며 남은 물건을 찾아보려 했지만, 대부분 불에 타거나 크게 훼손됐다.

오랜 지병을 앓는 할머니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서울의 병원에서 타온 6개월치 약. 그것도 몽땅 타 버렸다.

할머니는 산불이 덮치기 직전 시간이 없어 약을 대문 옆 농작물 건조기에 넣어두고 겨우 몸만 빠져나왔다고 한다.

본문 이미지 - 할머니가 산불 대피 당시 불에 타지 말라며 약을 숨겨놓은 농작물 건조기 2025.3.29/뉴스1 신성훈 기자
할머니가 산불 대피 당시 불에 타지 말라며 약을 숨겨놓은 농작물 건조기 2025.3.29/뉴스1 신성훈 기자

건조기에서 꺼낸 약이 재와 가루가 돼 바스러지자 할머니는 "이거 못 먹으면 죽는데"라며 발만 동동 굴렸다.

눈물을 글썽이며 "이제 어떻게 살지…"라며 허탈한 표정을 짓던 할머니는 재와 가루가 된 약을 주워온 봉투에 쓸어 담은 뒤 "병원에 보여 줘야겠다"며 챙겨갔다.

이 마을 이장 B 씨는 "산 아래 있는 마을이 거의 다 이렇게 됐을 것"이라며 "집에 돌아와 보니 아무것도 안 남아 허망하다. 원망할 곳도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ssh4844@news1.kr

대표이사/발행인 : 이영섭

|

편집인 : 채원배

|

편집국장 : 김기성

|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종로 47 (공평동,SC빌딩17층)

|

사업자등록번호 : 101-86-62870

|

고충처리인 : 김성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안병길

|

통신판매업신고 : 서울종로 0676호

|

등록일 : 2011. 05. 26

|

제호 : 뉴스1코리아(읽기: 뉴스원코리아)

|

대표 전화 : 02-397-7000

|

대표 이메일 : webmaster@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사용 및 재배포, AI학습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