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형제복지원 피해자, 국가 상대 소송 또 승소

피해자 "국가의 항고는 2차 가해…멈춰달라"

이향직 형제복지원 서울경기 피해자협의회 대표 등 피해자들이  재판 후 심경을 밝히고 있다.2025.2.12/뉴스1 ⓒ News1 조아서 기자
이향직 형제복지원 서울경기 피해자협의회 대표 등 피해자들이 재판 후 심경을 밝히고 있다.2025.2.12/뉴스1 ⓒ News1 조아서 기자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1980대 부산 형제복지원에서 심각한 인권 유린을 당한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 소송에서 피해를 인정받았다.

부산지법 민사11부는 12일 고 모 씨 등 형제복지원 피해자 52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3건에 대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배상액은 형제복지원 수용 기간과 피해 정도, 유사 사건에서 확정된 위자료 액수와의 형평 등을 고려해 산정됐다.

통상 위자료 액수는 수용기간 1년당 8000만원으로 알려졌다. 개별적으로는 미성년 입소자의 경우 정서적 발달 및 교육 기회 박탈에 대해, 후유증이 있는 경우 신체, 정신장애 및 원고들의 현재 경제적 상황에 따라 각각 1억원 한도로 가산해 위자료를 산정한다.

재판부는 "수용 기간을 기준으로 해서 손해배상액을 산정하지만 미성년자의 경우 정신적 고통이 더 심했다고 판단해 위자료 금액 한정액을 높여 책정했다"며 "피고 측에서 여러 주장을 했지만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개인 정보 등을 이유로 인용 금액과 피해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다.

선고를 마친 뒤 이향직 형제복지원 서울경기 피해자협의회 대표는 "1심 판결이 나오는 데까지 40년이 걸렸다. 그런데도 언제 또 피해자 분이 돌아가실지 모르는 상황에서 국가는 끊임없이 항고를 이어가고 있다"며 "사과의 시작은 잘못을 인정하는 것인데 국가의 행태는 사과할 뜻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 대부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데 소송을 시작하면서부터 과거의 기억을 계속 재생하다 보니 증상이 악화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국가의 2차 가해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당사자인 부산시도 방관할 게 아니라 국가가 항소하지 않고, 피해자들에게 빠른 시일 내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형제복지원 서울경기 피해자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적으로 피해자 467명이 총 57건의 국가 배상 소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 국가 배상을 기다리던 피해자 7명이 재판 과정에서 지병 등으로 인해 사망했다.

한편 형제복지원은 1975년 박정희 정부가 대대적인 부랑아 단속을 시행하면서 내무부 훈령을 바탕으로 운영된 전국 최대 규모 부랑인 수용시설이다.

형제복지원은 1975~1987년 부랑자 선도를 명분으로 형제복지원에서 장애인, 고아 등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무고한 시민들을 납치해 불법감금·강제노역·성폭행·암매장 등 반인륜적 범죄 행위를 벌였으나 철저히 은폐됐다. 이후 1987년 3월 22일 직원들 구타로 원생 1명이 숨지고 35명이 집단 탈출하면서 실체가 처음 드러났다.

2023년 12월 서울중앙지법에서 국가 책임을 처음 인정하며 피해자들에게 145억8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온 뒤 국가 배상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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