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렌다'는 하룻밤에 여자 3명을 강간한 미성년자 아들을 둔 엄마예요. 아들을 향한 비난하는 마음과 연민, '내가 잘못 키웠나' 하는 죄책감, 그리고 억울함 등 이 여자에게 수많은 감정이 있으리란 생각에 아직도 캐릭터를 공부하는 중입니다."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2주 뒤 개막하는 국립극단 '그의 어머니'에서 주인공 '브렌다'로 출연하는 배우 김선영(49)은 이 역과 맹렬히 씨름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다.
김선영은 브렌다를 '자신의 것'으로 온전히 소화하기 위해 "대본을 하염없이 보고 또 본다"며 "대본에 답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의 어머니'는 강간 혐의로 선고받은 아들의 범죄 형량을 감량하려는 브렌다의 모성애에 대해 다룬다. 브렌다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아들이 미성년자(청소년범죄)로 처벌받을 수 있도록 싸운다. 그 과정에서 그는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며 감정적 억압과 폭발을 여러 차례 오간다.
영국 극작가 에반 플레이시가 쓴 작품으로 2010년 초연 후 캐나다 극작가상, 영국 크로스 어워드 신작 희곡상을 받았다.
김선영은 이 작품으로 7년 만에 무대에 선다. 왜 '그의 어머니'였을까.
"2~3년 전부터 연기를 깊이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했어요. 드라마와 영화에 꾸준히 출연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나 이러다 배우로 바닥나겠구나' 싶었죠. 그러던 찰나에 지난해 7월 국립극단에서 이 작품의 출연 제안이 왔고 올해 스케줄도 정해지지 않은 채 '무조건 하겠다'고 했어요."
그는 1995년 연극 '연극이 끝난 후에'로 데뷔한 만큼 무대에 대한 애정이 크다. "연극을 하면 공부가 정말 많이 된다"며 "배우에겐 무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연극은 무대에 오를 때마다 계속 베스트를 뽑아내야 한다"면서 "매번 진정성 있는 연기를 선보이기 위해선 아주 단단하게 공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기 공부에 대한 목마름에 '그의 어머니'를 하겠다고 덜컥 수락했으나, 맡은 배역은 만만치 않았다. 대사량도 압도적으로 많은 데다, 브렌다라는 캐릭터가 지닌 복잡다단한 모성애 때문이었다. 오죽했으면 '어마어마한 여자네, 이 역할 제대로 하려면 내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을까.
더군다나 "브렌다가 이렇게까지 비호감 캐릭터인 줄 몰랐다(웃음)"며 "비호감이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공감을 불러일으켜야 하기에 연기의 어려움이 있다"고 김선영은 털어놨다.
그는 이 역에 대한 고민이 깊어 보였지만, 김선영을 향한 류주연 연출의 신뢰는 두터웠다. 두 사람은 1999년 공연예술아카데미 9기로 처음 만나, 2007년 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는 등 인연을 쌓아 왔다.
류주연 연출은 "김선영은 이성과 감성을 균형 있게 겸비한 배우"라며 "이번에 알게 된 점은 김선영이 엄청난 '노력형 배우'라는 거다, 이렇게까지 노력하는 배우는 처음 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선영 배우처럼 나도 이 공연을 준비하며 혼란이 많았다"면서 "이 연극은 가해자 부모의 심리를 파헤칠 뿐만 아니라 '누가 이 여인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지고, 또 우리 각자 안에 있는 이기적인 측면을 드러내는 등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최호재(매튜 역)와 최자운(제이슨 역)이 '브렌다'의 두 아들을 연기한다. 브렌다의 친구이자 변호사로서 갈등을 점화하는 로버트 역에는 홍선우가 낙점됐다.
'그의 어머니'는 오는 4월 2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펼쳐진다.
jsy@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