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를 벗어나 소련 영공을 침입한 항공기 [역사&오늘]

4월 20일, 대한항공 902편 소련 불시착 사건

1년 전에 찍힌 사고기. (출처: チャーリーマイクさん (Chikara Matsuno), CC BY-SA 4.0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4.0>, via Wikimedia Commons)
1년 전에 찍힌 사고기. (출처: チャーリーマイクさん (Chikara Matsuno), CC BY-SA 4.0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4.0>, via Wikimedia Commons)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978년 4월 20일, 프랑스 파리에서 출발하여 앵커리지를 거쳐 서울로 향하던 대한항공 902편 보잉 707 여객기가 소련 전투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무르만스크의 얼어붙은 호수 위에 불시착했다.

사건의 발단은 902편이 항법 시스템의 오작동으로 인해 예정된 항로를 벗어나 소련의 방공망 깊숙이 진입한 것이었다. 소련 방공군은 낯선 비행체의 출현에 즉각 대응했다. Su-15 전투기가 긴급 발진해 902편에 접근, 착륙 유도를 시도하고 경고 신호를 보냈으나, 902편은 이를 무시하고 기수를 돌려 달아나려 했다.

결국 소련 전투기는 두 발의 미사일을 발사했고, 그중 한 발이 902편의 왼쪽 날개를 강타했다. 이 공격으로 인해 동체에 파편이 박히면서 기내는 순식간에 급격한 감압 상태에 놓였다. 이 사고로 승객 2명이 목숨을 잃고 여러 명이 중상을 입었다.

피격 직후 기장은 즉시 고도를 낮춰 구름 속으로 숨어 소련 전투기들의 추적을 따돌렸고, 약 40분 동안 저공비행하며 비상 착륙할 곳을 찾아 나섰다. 이어서 수차례의 위험한 착륙 시도 끝에 핀란드 국경 근처의 얼어붙은 코르피야르비 호수에 기적적으로 비상 착륙에 성공했다.

얼음 호수에 불시착한 902편의 승객과 승무원 107명은 사고 발생 후 소련 헬리콥터에 의해 구조되어 카렐리야 공화국의 켐(Kem)이라는 도시로 이송됐다. 이들은 무르만스크 공항에서 이틀 동안 머무른 후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미국 영사관을 통해 풀려나 무사히 귀국했다. 다만, 조종사들은 사고 경위에 대한 조사를 위해 잠시 억류됐다가 소련 측에 공식적인 사과를 표명한 후에야 석방될 수 있었다.

사건 이후, 소련은 한국 정부에 이들을 '보살핀 비용'으로 10만 달러를 청구했다. 소련이 격추라는 심각한 공격을 가했음에도 오히려 우리나라에 비용을 청구한 것은 당시 냉전 시대의 복잡한 외교 관계를 보여준다.

acenes@news1.kr

대표이사/발행인 : 이영섭

|

편집인 : 채원배

|

편집국장 : 김기성

|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종로 47 (공평동,SC빌딩17층)

|

사업자등록번호 : 101-86-62870

|

고충처리인 : 김성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안병길

|

통신판매업신고 : 서울종로 0676호

|

등록일 : 2011. 05. 26

|

제호 : 뉴스1코리아(읽기: 뉴스원코리아)

|

대표 전화 : 02-397-7000

|

대표 이메일 : webmaster@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사용 및 재배포, AI학습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