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902년 3월 20일, 서울(한성)과 인천(제물포) 사이에 우리나라 최초의 공중전화가 개통됐다. 이는 일반 백성들도 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한국 통신 역사에 중요한 이정표가 세워진 날이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전화를 처음 접한 사람은 김옥균이다. 1882년 수신사 박영효를 수행해 일본에 건너갔던 그는 일본에서 전화기를 처음 접하고 그 놀라운 성능에 감탄했다. 이후 조선에 돌아와 고종에게 전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같은 해 청나라 톈진 유학생 상운에 의해 한국에 최초로 전화기가 들어왔다. 1896년에는 덕수궁에 자석식 전화가 설치되어 궁궐과 정부 기관, 인천 감리서 간의 통신이 가능해졌다. 고종황제의 명을 정부 부처에 전달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고종은 덕수궁 전화 설치를 기념해 인천 감옥에 직접 전화를 걸어 한 사형수에 대한 형 집행을 정지시켰다. 그는 을미사변으로 명성황후가 시해되자 이를 복수하기 위해 일본인을 살해한 조선 청년이었다. 그가 바로 백범 김구다.
이후 공중전화가 서울과 개성, 개성과 평양, 서울과 수원 등에 설치되며 전화 통화권이 확대했다. 하지만 1905년 대한제국이 운명을 다하면서 일본이 통신 사업권을 빼앗아 갔고, 공중전화 보급도 중단됐다. 이어진 일제강점기 동안 일본은 통신망을 주로 군사적 목적으로 활용했다. 민간을 위한 전화 개설은 일본인 거주 지역에 집중됐으며, 한국인의 전화 이용은 제한적이었다.
한국전쟁 이후 1960년대에 자동식 전화 교환기가 도입됐고, 1980년대에는 전화 보급이 크게 확대됐다. 공중전화는 1990년대 전성기를 맞았으나, 휴대전화가 대중화되기 시작하면서 쇠퇴가 시작됐다. 2000년대 들어서 3G, 4G, 5G 등 이동통신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공중전화는 이제 추억 속 기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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