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망가지면 벤처 생태계도 무너진다…규제 파괴 필요"

[퍼스트클럽]김학균 VC협회장 "기관 참여해 장기 투자해야"
"코스닥에서 유니콘 나와야…시총 10% 규모 펀드 필요"

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이 13일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타워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News1 김명섭 기자
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이 13일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타워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News1 김명섭 기자

"장기적인 안목으로 펀더멘탈 투자를 할 수 있는 기관 참여 코스닥 펀드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시장이 살아나고 기업도 수혈받아서 글로벌로 갈 수 있어요. 코스닥에서 유니콘이 나오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서울=뉴스1) 대담=강은성 성장산업부장 이정후 김명섭 기자 = 지난달 25일 제16대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으로 취임한 김학균 퀀텀벤처스 대표는 취임식 당시 코스닥 시장 활성화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코스닥 시장 유동성 공급'이라는 과제는 그가 제시한 7대 과제 중 가장 첫 번째일 만큼 김 협회장이 의지를 나타내는 미션이기도 했다.

공식 취임 후 약 3주가 지난 지금, 김 협회장의 신경은 '코스닥 활성화'에 집중돼 있다. 벤처기업이 천신만고의 과정을 거쳐 '상장'까지 이뤄냈건만, 상장 첫날부터 공모가를 하회하는 등 부진한 행보가 이어지는 현 상황이 지속되면 코스닥 시장과 벤처 혁신 모두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코스닥 시장을 살려야 하는 이유부터 협회 차원에서의 방안까지 벤처 생태계가 처한 상황을 김 협회장을 만나 들어봤다.

본문 이미지 -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닥이 표시되고 있다. 2025.3.6/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닥이 표시되고 있다. 2025.3.6/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코스닥에서 유니콘 나와야…시총 10% 규모 펀드 필요

"코스닥 활성화의 문제는 벤처캐피탈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벤처 생태계에 참여한 모든 이들이 영향을 받습니다."

김 협회장은 코스닥 시장을 살려야 하는 이유로 벤처 생태계의 선순환을 이야기했다. 코스닥이 망가지면 '출자-투자-회수'를 구성하는 고리가 약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더구나 벤처 투자 위축이 벤처캐피탈 등 일부의 일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김 협회장은 "전체 벤처캐피탈이 매년 최대 10조 원의 펀드를 만드는데 정책자금, 연기금, 공제회, 기업 등 참여자가 많다"며 "연기금이나 공제회 등의 출자금은 모두 봉급자들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들인데 이들의 자금 회수가 원활치 못하다면, 결국 국민의 노후자금도 메말라 가는 것"이라고 짚었다.

일반적으로 벤처·스타트업은 유망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흑자를 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벤처캐피탈(VC) 업계에서는 유망 기업들이 궤도에 올라 영향력 있는 기업이 되기까지 약 10년이 걸린다고 본다.

벤처·스타트업들은 이 기간을 외부로부터 투자를 받아 견뎌낸다. 이때 투자금을 공급한 벤처캐피탈은 기업 상장(IPO)이나 인수·합병 등을 통해 보유 지분을 처분하는 방식으로 투자금을 회수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벤처기업의 회수가 인수합병보다 기업공개로 치우쳐 있다. 인수합병에 대한 국내 인식이 아직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배달의민족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아한형제들을 창업한 김봉진 의장은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회사를 5조 원 규모로 매각했지만, 국내 여론은 외국에 기업을 팔아넘긴 '배신자' 취급을 했던 것이 현실이다. 해외라면 이같은 성공적인 매각은 '벤처 신화'로 추앙받으며 모범사례로 회자되지만 국내에선 이같은 현실이 그저 '이상'에 그친다.

그 때문에 벤처기업은 '상장'에 목을 맨다. 그나마 자금시장이 활성화돼 있고 유동성이 풍부하다면 상장을 통해 충분한 회수를 할 수 있지만, 현재 국내 자본시장은 기업의 상장가치보다는 '투자자 보호'에 더 큰 무게중심이 있다보니 상장 기업의 밸류에이션 측정이나 보호예수(의무보유확약) 등에 강한 규제가 가해지고 있다.

당연히 상장 후 주가 흐름도 좋을 리 없다. 김 협회장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 벤처기업의 평균 시총은 1000억 원 안팎에 그치며, 이중 대다수가 상장 후 주가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

이는 코스닥 전체의 유동성 악화로 이어진다. 자금이 빠져나가고 좋은 기업의 상장이 이뤄지지 않다보니 벤처 상장을 통한 회수는 더더욱 악화된다. 악순환인 셈이다.

김 협회장은 "(코스닥 문제는) 벤처캐피탈만의 문제가 아니라 생태계 구성원 모두 엮여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본문 이미지 - 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이 13일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 타원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News1 김명섭 기자
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이 13일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 타원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News1 김명섭 기자

"코스닥 펀드, 코스닥 시가총액 최소 10% 규모는 돼야"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 협회장은 '코스닥 펀드'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가 구상하는 코스닥 펀드는 장기 투자를 할 수 있는 기관 투자자가 주축이 되는 펀드다. 기업이 궤도에 오르기까지 약 10년이 걸리는 만큼 긴 호흡으로 자금을 공급해 줄 수 있는 출자자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는 "진짜 개미(개인 투자자)들을 보호하려면 기관들이 더 들어와야 한다"고 했다. 파두 사태처럼 상장사의 매출이 급감하더라도 기관은 기업의 펀더멘탈을 보고 기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코스닥을 구성하는 투자자 중 개인 투자자가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과 호재와 악재 하나로 등락을 거듭하는 현재 시장의 모습이 김 협회장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그가 구상하는 코스닥 펀드는 이미 지난 2018년 정부에 의해 3000억 원 규모로 조성된 바 있다. 하지만 300조~400조 원 규모로 움직이는 코스닥의 시가총액과 비교하면 '새 발의 피' 수준이다.

김 협회장은 "최근 싱가포르도 싱가포르 증권거래소(SGX)에 5조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며 "우리는 코스닥 시가총액의 최소 10%인 30조 원은 투입해야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협회장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주목받을 수 있는 상황임에도 기회를 못 잡는 것에 안타까워했다.

최근 메타 매각설의 중심에 선 국내 팹리스 스타트업 퓨리오사AI와 같은 기업이 코스닥에 상장됐다면, 외국 자본의 국내 유입으로 벤처 생태계에 자금이 공급될 수 있었는데 그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이유다.

본문 이미지 -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컴업(COMEUP) 2024'에 외국인 투자자 및 벤처기업가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2024.12.1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컴업(COMEUP) 2024'에 외국인 투자자 및 벤처기업가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2024.12.1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펀더멘탈 투자, VC도 할 수 있어…절호의 기회 살려야

코스닥 활성화 방안의 또 다른 하나는 벤처캐피탈의 역할 확대다. 벤처캐피탈이 코스닥 상장사에 직접 투자해 자금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현재 벤처캐피탈이 조성한 벤처투자조합은 사실상 상장사에 투자할 수 없다. M&A 펀드 등 특수한 목적을 가진 펀드에서는 가능하기도 하지만 벤처·스타트업 투자가 일반적인 벤처펀드는 규약상 막혀 있다.

벤처캐피탈의 상장시장 투자를 막고 있는 규제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초기 투자 자금이 상장 시장으로 쏠려 초기 투자 시장이 고사할 수 있다는 우려 등이 그것이다.

김 협회장은 이에 대해 "지금 다 죽게 생겼는데 누구라도 투자를 해야 할 것 아니냐"며 눈을 부릅떴다. 기관은 떠나고 개인투자자만 득실거리면서 '테마주' 쏠림현상만 나타나고 있는 코스닥 시장에 안정적인 기관펀드 조성이 어렵다면, 하다못해 벤처캐피탈이라도 진입할 수 있게 해 달란 얘기다.

그는 "규제의 의미와 역사, 충분히 알고 있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은 너무 빠른 변화와 불안정한 매크로(대외) 이슈로 풍전등화와 같은 상황"이라면서 "혁신 생태계가 고사하지 않으려면 누구라도 코스닥에 유동성을 공급해야 한다. 시장이 고사하고 난 후에 투자자 보호가 무슨 소용이며 기관 규제가 무슨 의미가 있다는 뜻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십조 원 규모의 코스닥 펀드 조성이 시급하지만, 이마저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지리멸렬한 논의만 이어져야 한다면 규제 혁파를 통해 코스닥에 유동성을 흘려보내야 한다는 얘기다. 그 골든타임마저 얼마 남지 않았다고 김 협회장은 간곡하게 말했다.

김 협회장은 "코스닥 상장사의 3분의 2는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를 받아 인연을 맺은 기업들"이라며 "벤처캐피탈은 기업의 펀더멘탈을 보고 장기 투자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벤처캐피탈의 주요 역할인 초기 투자 위축에 대해서도 "코스닥 펀드를 따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의 벤처펀드와 전혀 섞이지 않을뿐더러 기존의 벤처투자도 계속한다"고 설명했다.

김 협회장은 "미국, 중국, 일본, 호주, 인도의 벤처 생태계에 밀리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며 "더 좋은 기업을 발굴해서 코스닥에서 스타 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굉장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대담=강은성 성장산업부장, 정리=이정후 기자

◇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 약력

△서울대학교 전자공학 학사

△LG벤처투자 입사(현 LB인베스트먼트, 2000년)

△한화인베스트먼트 이사·본부장(2009~2014년)

△센트럴투자파트너스 대표(2015~2016년)

△퀀텀에쿼티파트너스코리아 대표(2016~2017년)

△퀀텀벤처스코리아 대표(2017년~현재)

leejh@news1.kr

대표이사/발행인 : 이영섭

|

편집인 : 채원배

|

편집국장 : 김기성

|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종로 47 (공평동,SC빌딩17층)

|

사업자등록번호 : 101-86-62870

|

고충처리인 : 김성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안병길

|

통신판매업신고 : 서울종로 0676호

|

등록일 : 2011. 05. 26

|

제호 : 뉴스1코리아(읽기: 뉴스원코리아)

|

대표 전화 : 02-397-7000

|

대표 이메일 : webmaster@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사용 및 재배포, AI학습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