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시설 확충하려면 몇천만 원이 들어요. 경기도 안 좋은데 중소기업엔 너무나 큰 부담이죠. 추가적인 유예 기간도 없이 법이 시행돼 다들 아우성치는데 정치권은 아예 관심조차 없는 것만 같아 답답합니다." (화장품 제조업체 대표 A 씨)
(서울=뉴스1) 김형준 이민주 기자 =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이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으로 확대 시행된 지 1년이 됐지만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안전 대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력과 시설 투자 부담이 큰 데다 내수 경기까지 얼어붙으면서 중처법 대응에는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중소기업계는 영세 업체들에 중처법 적용을 유예하고 그동안 섬세한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비상계엄 사태와 이어진 탄핵 정국으로 정책 논의는 사실상 실종돼 답답함을 표하고 있다.

27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많은 중소기업들은 법 적용 후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영세 업체에 대한 법 적용 유예가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중소기업계가 법 적용 유예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로는 무엇보다 여력이 부족한 영세 기업들이 대응을 할 수 있는 지원책이 부족하다는 점이 꼽힌다.
근로자들의 안전을 위한다는 법안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유예 기간을 두고 안전 설비, 인적 투자 등을 위한 최소한의 지원책을 마련한 뒤 중소기업도 준비가 됐을 때 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문건설업체를 운영하는 최 모 대표는 "건설업계는 안전관리자를 채용하는 것이 가장 큰 부담"이라며 "아파트 현장 같은 경우 한 명당 5000만 원은 줘야 하는데 (해당 금액이) 공사 금액에 책정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러한 금액을 공사 금액에 반영할 수 있게 하는 등 구체적인 지원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화장품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장 모 대표는 "법 시행 이후 승강기 안전을 위해 보완을 하고 있는데 몇 천만 원씩 들지만 지원은 없다"며 "소규모 업체에 대해선 법 적용을 유예하고 시설 개선 사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자에 대한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처벌 일변도의 중처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경기도의 한 금속제조업체 대표는 "중처법을 시행하는 것은 좋지만 대표자를 구속한다는 것은 회사를 운영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강한 처벌로) 기업 대표들의 경영활동이 위축된 상태"라고 전했다.

중처법 확대 시행 이후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중소기업 협회·단체들은 공동으로 법 적용 유예를 촉구해 왔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는 상황이다.
2024년 중소기업계는 서울, 경기, 부산, 광주 등 전국을 돌며 중처법 유예 결의대회를 이어가는 한편 정치권과의 접촉을 늘리며 유예 필요성을 강조하고 합리적인 수준으로 법을 개정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지난해 11월 여당 대표였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당대표와 간담회를 열고 "중처법은 1년 이상 징역이라는 하한 규정을 두고 있어 기업들이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기분'이라고 하소연한다"며 중처법 개선을 촉구했다.
22대 국회 출범 후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여당은 민생법안 1호로 중처법 유예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중처법 유예를 요구하는 중소기업계와 사회적 대화를 이어갈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탄핵 정국을 맞으며 중소기업에는 시급한 이슈인 중처법 유예 관련 논의는 사실상 실종돼 업계는 답답함을 표하고 있다.
한 금속 구조재 제조기업을 운영하는 양 모 대표는 "중소기업에는 중처법 유예가 절실한데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 정치권의 상황을 답답하게 보고 있다"며 "대비를 하고 싶어도 어려운 상황인데 시간만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중대재해법 1년] 연재순서
<上>중소기업은 매일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다
<中>"유예 시급한데"…법 개정 올스톱에 답답한 中企<下>'탓'만 할 순 없다…中企 현실적 대응 방안은
jun@news1.kr
편집자주 ..."매일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기분입니다." 동대문 평화시장에서 20여 명의 의류 제조 공장을 운영하는 '사장 노동자'의 말이다. 잊을 만 하면 한 번씩 직원들은 날카로운 바늘에 큰 상처를 입는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이후로 직원이 큰 부상을 입으면 그는 '감옥'에 가야한다. 그래도 그 역시 직원들과 똑같이 '미싱'을 돌리고 바늘 사이로 팔뚝을 밀어 넣는다. 안전은 중요하다. 그러나 매일이 형벌을 받는 기분이라는 그. 중대재해법 1년 현장을 <뉴스1>이 돌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