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든 수입차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현대차(005380)·기아(000270)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현대차·기아의 최대 시장인 미국 판매 환경이 악화함에 따라 유럽 시장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기아의 4년 연속 '세계 3위' 달성 여부가 유럽 시장의 성적표에 달린 셈이다. 여기에 급성장하고 있는 인도 시장 판매량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4월 3일 0시 1분(미국 동부 시간)부터 모든 수입산 자동차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 징수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자동차 관세 부과로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부담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노무라증권은 현대차·기아를 비롯해 도요타, 혼다,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에 공장을 둔 주요 완성차 업체 10곳의 관세 적용에 따른 추가 비용이 약 510억 달러 규모라고 추산했다.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현대차·기아의 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은 지난해 현대차·기아가 연간 약 171만대의 차량을 판매한 글로벌 최대 시장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수출 물량은 63만 6535대, 37만 7396대다. 미국 판매량의 64%, 66%에 달하는 수준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현지화 전략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210억 달러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26일 준공식을 개최한 조지아주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생산 능력을 50만 대까지 확대해 미국 현지 120만대 생산 체제를 구축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 장재훈 부회장은 "관세나 지역주의 등으로 결국 현지화할 수밖에 없어 현지화 역량을 더 많이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현대차그룹의 현지화 전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관세 부과에 따른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제2, 제3의 미국 시장을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해 부진했던 유럽 판매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유럽에서 106만 3517대를 판매했다. 1년 전 110만 6604대보다 4만 3087대(3.9%) 줄어든 수준이다. 판매 감소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1~2월 누적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5% 감소한 15만 6526대다. 시장 순위는 4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점유율은 0.2%포인트(p) 감소한 8%를 기록했다.

올해 유럽 자동차 시장은 환경 규제 강화로 전기차 등 친환경차 판매가 증가할 전망이다. 실제 올해 1~2월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8.4% 증가한 25만 5489대로 집계됐다. 판매 비중도 지난해 11.5%에서 올해 15.2%로 확대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중량감 있는 전기차 모델을 유럽 시장에 출시해 친환경차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업체별로 현대차는 캐스퍼 일렉트릭(현지명 인스터)에 이어 플래그십 전기 SUV 아이오닉 9을 출시하고, 기아는 유럽 맞춤형 EV4를 내놓을 예정이다. 지난해 말 출시한 EV3는 두 달간 1만 69대를 판매하며 기아의 유럽 전기차 선전을 이끌고 있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환경규제를 충족하기 위한 업체들의 노력으로 전기차 판매 확대가 지속될 전망"이라며 "현대차·기아는 유럽 전기차 부문에서 신형 모델 Y 출시를 앞둔 테슬라와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중국 업체와 경쟁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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