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올해 첫 글로벌 경영행보로 고위급 중국발전포럼(CDF)에 참석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미-중 갈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중국 고위급과 소통하며 대처 방안을 구상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또 주요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샤오미의 전기차 사업 협력 등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CDF 마지막 날 일정을 소화한다. 이번 포럼은 지난 23일부터 '세계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한 발전 동력 촉진'을 주제로 진행됐다.
이 회장은 포럼 폐막 후 바로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추가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28일 CDF를 계기로 방중한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날 예정이라고 보도한 바 있어 이 회장과 시 주석의 만남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회장의 이번 CDF 참석은 지난 2023년 이후 2년 만이자 올해 첫 공식 해외 일정이다. 지난달 '계열사 합병 의혹 2심'에서 이 회장이 무죄를 선고받으며 올해 더 활발한 글로벌 경영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중국발전포럼은 중국 국무원발전연구센터가 주최하는 행사다. 이 회장의 포럼 참석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중국 당국과 접점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중국 매출이 64조9275억 원에 달하고,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 공장 및 쑤저우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공장도 운영하고 있어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전날(23일) 포럼 개막식에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며 "기업의 우려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외국 자본 기업이 중국 시장에 깊이 융합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포럼 개막식에서 리창 총리, 포럼에 참석한 다른 글로벌 기업 CEO들과 가장 앞줄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 회장은 리창 총리가 지난해 5월 한·중·일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했을 때도 국내 기업 총수 중 유일하게 별도 면담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이 회장은 '"삼성은 중국에서의 발전을 견지하고,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기업이 되고, 한중 상호 이익 협력에 계속 공헌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창 총리는 "삼성의 대중국 협력은 양국 협력 발전의 생동감 있는 축소판"이라고 화답했다.
이번 포럼은 이 회장이 주요 협력 관계에 있는 글로벌 기업들과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퀄컴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경쟁사이지만, 동시에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에 퀄컴의 AP를 탑재하거나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퀄컴 AP를 제조하는 등 서로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애플 역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최대 경쟁사지만, 디스플레이 패널과 메모리 고객사로 삼성전자의 5대 매출처 중 하나다.
BMW 역시 전기차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협력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번 포럼에 참석한 올리버 집세 BMW 회장과 여러 차례 만나는 등 친밀한 사이다.
이 회장은 포럼 개막 전날인 지난 22일에는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CEO와 함께 샤오미 전기차 공장을 방문해 레이쥔 샤오미 회장을 만났다. 샤오미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와 다양한 가전제품뿐 아니라 최근 전기차까지 사업을 확대하고 있어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등에서 삼성전자의 잠재 고객사다.
또 삼성전자는 자회사 하만을 통해 △디지털 콕핏(운전석 및 조수석의 전방 영역) 플랫폼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사이버 보안 △텔레매틱스 등 다양한 전장 설루션도 완성차 제조사에 공급하고 있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콕핏'을 구현한 콕핏 체험 데모 키트 'CEDP'에 OELD를 공급했다. 샤오미, 퀄컴, 삼성의 3각 협력이 추진될 수 있다. 샤오미는 전기차 판매량을 지난해 14만 대에서 올해는 35만 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샤오미와 전기차 협력이 구체화하면 매출 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jupy@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