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문혁수 LG이노텍(011070) 대표이사는 24일 신사업으로 추진 중인 유리기판과 관련해 "장비는 올해 10월 다 들어오고, 유리 두께나 크랙(crack·깨짐) 등 기술적 문제가 해결되는 2027, 2028년 시점에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표는 이날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이노텍 제49기 정기주주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유리기판은 지금까지 외주 개발했고, 자체적인 개발은 올해 말,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유리기판은 기존 유기소재 기판보다 표면이 매끄러워 회로 왜곡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미세 회로 패턴을 형성하는 데 유리하고, 반도체 성능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LG이노텍은 칩과 기판을 연결하는 실리콘 인터포저의 소재를 유리로 대체하는 사업보다 기판 코어 소재를 유리로 대체하는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앞서 문 대표는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5에서 "유리기판은 무조건 가야 하는 방향"이라며 올해 말 시제품 양산을 예고한 바 있다.
문 대표는 또 다른 신사업인 FC-BGA(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 기판에 대해 "글로벌 빅테크 2곳과 PC용 먼저 양산을 시작했고, 서버용은 인증이 진행 중"이라며 "또 다른 한 곳도 수주해 내년부터 양산한다. 투자 규모가 커 손익분기점은 내후년 정도"라고 설명했다. FC-BGA는 고집적 반도체 칩을 기판에 직접 연결하는 방식이다.
최근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성장이 둔화한 전장 제품을 생산하는 멕시코 공장의 관세전쟁 영향도 언급했다. 문 대표는 "멕시코 공장에서 양산하는 제품의 관세는 고객사가 물어 당장 영향은 없지만, 가격이 전가될지 걱정스럽다"며 "멕시코 말고 한국에서 생산해 달라는 일부 고객도 있는데,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여러 생산기지를 활용해서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멕시코 공장은 오는 7월 완공되고, 10월부터 양산이 시작될 것"이고 "전장 부품은 올해 연말이나 내년부터 본궤도대로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LG이노텍은 지난 2023년 멕시코 산후안델리오 공장 인근 부지를 확보해 공장 증설에 나섰다. 이곳에서는 미국과 유럽의 완성차 업체들에 공급되는 차량용 카메라 모듈과 전장 부품 등이 생산된다.
문 대표는 주력 사업인 광학솔루션(카메라 모듈) 사업이 중국 기업과 경쟁이 심화하는 데 대해 "수익성이 나빠져도 시장점유율은 지켜야 하는 상황"이라며 "2021~2023년 투자를 많이 했는데 내년부터 감가상각이 줄면 수익률이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베트남 공장이 다 준비돼 가격 경쟁이 심한 제품은 이전 생산하게 된다"며 "스마트폰 카메라는 상당 부분 커머디티화(Commoditization·품질을 차별화하기 어려운 제품/서비스)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문 대표는 "차별화 경쟁력이 있는 특수카메라 위주로 포트폴리오 전환이 일어날 것"이라며 "미국 시장에 반입이 안 되는 자동차, 드론, 로봇용 카메라는 중국에서 생산 자체가 안 돼서 디커플링이 심화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광학솔루션 중심의 사업다각화에 대해 ""광학솔루션과 달리 반도체 기판이나 전장은 훨씬 호흡이 길다"며 "수주는 1년에 4조~5조 원씩 하지만, 매출 발생까지 2,3년 정도 딜레이가 있다. 내년부터는 회사가 다른 방향으로 성장하는 게 느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대표는 로봇용 부품 사업과 관련해 "많은 업체와 카메라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고, 모터를 하다보니 로봇팔이나 관절 개발을 같이 진행한다"며 "아마 2026년부터 실제 산업에 적용될 것이고, 그걸 위한 양산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조만간 유력 기업과 협력 소식을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는 △제49기 재무제표 승인의 건 △기타비상무 이사 이상우, 사외이사 이희정·김정회 선임의 건 △감사위원 이희정·김정회 선임의 건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 등 상정된 안건이 모두 원안대로 의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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