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대한민국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가 8일 시범경기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막이 오르면서 재계 총수들의 '야구장 경영'에도 관심이 쏠린다.
재계 총수들은 스토브리그와 전지훈련 기간부터 구단에 각별한 애정을 쏟았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도 야구장 경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화 이글스의 새로운 홈구장인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가 개장하면서 김승연 회장이 개막 경기 관람에 나설 것으로 팬들은 기대하고 있다.
다만 그룹별 실적과 처한 경영 환경에 따라 총수들의 야구에 대한 관심도는 다소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10개 프로야구팀 중 그룹 총수가 구단주를 맡고 있는 곳은 7곳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LG 트윈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 자이언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한화 이글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두산 베어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SSG 랜더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는 NC 다이노스의 구단주다.
올해 가장 주목받는 총수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다. 방산과 조선 업종의 호실적을 바탕으로 주요 계열사 주가가 무더기로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어 야구장을 찾는 발걸음이 가벼울 수밖에 없다. 김 회장은 지난해만 야구장을 9번이나 방문했다.
게다가 새로운 홈구장인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가 문을 연다. 한화는 야구장 건립 비용 중 486억 원을 부담했다. 한화 팬들 사이에선 김 회장이 오는 28일 기아 타이거즈를 상대로 열리는 공식 개막전을 '직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행보도 관심사다. 정 회장은 구단주는 아니지만 야구팬들 사이에선 든든한 지원을 해주는 '회장님'으로 통한다. 야구 커뮤니티에선 정 회장 관련 글에 '충성'이라는 댓글이 수시로 달리기도 한다.
지난 시즌 기아 타이거즈가 우승하자 정 회장은 미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나는 코치진과 선수단 전원에게 비즈니스 항공권을 제공했고 훈련장인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을 찾아 선수단을 격려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촉발한 관세 전쟁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지난해 합산 영업이익만 26조 9066억 원을 기록,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LG가(家)의 남다른 야구 사랑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전면에 나서지 않고 선수단을 뒤에서 전폭 지원해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LG 트윈스가 우승을 차지한 2023년 시즌에는 유광 점퍼를 입고 나타나 관심을 끌기도 했다.
두산가(家)의 야구에 대한 애정 역시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 두산이 과거 경영 위기로 베어스 매각설이 나왔을 때도 즉각 부인할 만큼 야구 사랑은 각별하다. 야구광으로 잘 알려진 박정원 회장은 수시로 경기장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선수단에 최고급 태블릿 PC 35대를 전달하기도 했다.
두산그룹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0.1% 감소한 1조 38억원을 기록했지만 글로벌 인공지능(AI) 호황 흐름으로 올해는 순항이 예상된다. 두산 베어스 팬들이 박 회장의 야구장 경영을 기대하는 이유다.
김영섭 KT 대표는 지난해 선수단을 격려하기 위해 개막전을 찾았고 포스트시즌에도 함께 했다. KT는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인 26조 4312억 원을 기록했고 올해 역시 호실적이 예상된다. KT 위즈에 대한 김 대표의 관심과 지원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야구장 경영은 늘 세간의 관심을 받아왔다. 그렇지만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실적 부진 등을 만회하고 전 세계를 강타한 관세 전쟁 등의 변수를 극복해야 하는 상황이라 과거처럼 야구장을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
SSG 랜더스를 인수하며 전폭적인 지원을 했던 정용진 회장은 올해 신세계그룹 회장직 취임 1년을 맞아 성과가 필요하다. 정 회장은 SNS와 골프 등 개인적으로 즐기던 활동을 모두 중단했고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빅스텝에 나섰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 롯데그룹사 임직원들과 경기장을 찾아 선수단에 롯데호텔 식사권을 전달할 정도로 야구에 진심이다. 다만 신 회장 역시 사업구조 재편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야구장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도 신성장 동력 발굴이 절실하다. 엔씨소프트는 작년 영업손실이 1092억 원에 달하는 등 지난 1998년 이후 첫 적자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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