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신규 회원사 가입에 이어 약 10년 만에 더불어민주당과 머리를 맞대면서 '재계 맏형'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경협의 전신인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이후 민주당은 주요 경제단체와의 간담회 때 배제해 왔다.
류진 한경협 회장을 비롯한 임원단은 5일 오후 국회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경제 활성화를 위한 민생경제간담회'를 개최했다. 류 회장은 경제 살리기 해법으로 기업의 투자와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제도와 환경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경제 살리기 10대 과제'를 전달했다.
류 회장은 이 대표에게 경제계가 반대하는 상법 개정안과 반도체특별법에 대한 우려의 뜻도 전했다. 그는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비공개 간담회에서)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말했다. 그는 '상법 개정안, 반도체특별법에 대한 경제계의 우려도 전달했느냐'는 질문에 "전달했다"면서 "대화로 잘하기로 했다"고 답했다.
한경협 회장과 민주당 대표와의 마지막 만남은 지난 2015년 9월이다. 당시 문재인 대표는 허창수 전경련 회장과 간담회를 한 바 있다.
전경련은 이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됐고 이후 민주당 대표와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민주당은 주요 경제단체와의 간담회마다 한경협을 제외하면서 '패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시기 한경협의 위상은 급격히 추락했다. 주요 그룹이 탈퇴하고 해체설까지 나왔다. 고(故) 이병철·정주영·구자경·최종현·김우중 회장이 수장을 맡으면서 대한민국 경제단체의 맏형을 자임해왔던 한경협 대신 대한상공회의소가 그 역할을 대신했다.
한경협은 이름까지 바꾸면서 꾸준히 위상 회복을 시도했다. 지난 2023년 8월 류진 신임 회장의 취임 일성도 '신뢰받는 중추 경제단체'였다.
경제계는 한경협을 그간 외면했던 민주당 대표와의 만남은 상징성이 크다고 평가한다. 류진 회장은 "오늘 이렇게 만나니 옛날에 차였던 여자 친구를 만나는 느낌"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표도 "못 만날 이유가 어디에 있느냐"고 했다.
민주당과의 만남이 성사될 만큼 한경협은 최근 대대적인 변화를 추진 중이다. 특히 4대 그룹(삼성·SK·현대차·LG)의 복귀를 시작으로 신규 회원사 영입에 속도를 올렸고 외연 확장에도 성공했다. 네이버, 카카오, KT, 두나무, 하이브 등 46곳을 신규 회원사로 받아들였다.
기존의 제조업 중심에서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의 첨단 기술 기업을 비롯해 엔터테인먼트, 이커머스, 친환경 기업까지 회원사의 저변을 확대했다. 네이버, 카카오 등은 한경협이 10년 전 가입을 타진했다가 실패한 기업이라는 점에서 이번 저변 확대를 두고 한경협의 변화가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동시에 한경협이 단순한 외연 확대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대·중소기업 협력을 선도하며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야 한다는 윤리 헌장을 준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류 회장은 "과거 저희가 지탄을 받은 것은 너무 대기업 위주였다는 것인데 (이는) 사실"이라며 "정신을 차려서 대기업뿐 아니라 작은 기업 등 모든 기업을 위해 뛸 것이고 서민을 위해서 모든 노력을 더 많이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경제계를 대변하는 대표 단체로 위상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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