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정유업계의 수익성 핵심 지표인 정제마진이 바닥을 찍고 손익분기점에 근접했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정제마진이 개선되고 있다.
특히 이달 미국이 캐나다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면 저렴한 캐나다산 원유 수입이 가능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4일 정유 업계와 증권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3.5달러로 지난 1월(1.8달러) 대비 1.7달러 상승했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가격·수송비 등 비용을 뺀 수치다. 정유업계에선 손익분기점을 4∼5달러 수준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말 이후부터 견조한 수요와 공급 축소 기조가 이어지는 만큼 손익분기점을 조만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북극 한파가 북반구를 덮치면서 등경유를 중심으로 강한 수요가 지속되고 있다. 세계 최대 소비국인 중국의 경기 확대 정책도 석유 제품 수요를 끌어 올릴 수 있다. 중국은 이번 주 연례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열고 경제 부흥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내놓는다.
반면 공급은 축소되고 있다. 미국 주요 정유 설비의 가동률은 정기 보수 영향으로 84∼8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 내 소규모 정유사 가동률도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미국이 이란의 석유 수출을 겨냥해 선박 제재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어서다. 저렴한 이란 원유를 수입한 중국 소규모 업체에 치명타로 작용했다.
올해 정유업계는 정제마진이 우상향을 그리고 있는 만큼 실적 개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지난해 실적 악화의 최대 리스크가 해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096770)(석유 사업)의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은 5991억 원에서 2분기 1442억 원으로 줄었다. 3분기엔 6166억 원의 적자를 내놨다. 다시 4분기엔 정제마진 회복으로 3424억 원의 흑자전환을 이뤄냈다. 에쓰오일(010950)(정유 부문) 역시 지난해 3분기 5737억 원 적자에서 4분기 1729억 원 흑자로 전환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북반구의 계절적 수요와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되면서 정제마진의 점진적 개선이 기대된다"며 "기업들은 트럼프 에너지 정책에 따라 수익성 개선 등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유업계는 미국이 캐나다에 부과하는 25% 관세 폭탄에 따른 반사이익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글로벌 4위 원유 생산국인 캐나다는 미국의 최대 수입국이다. 또한 미국이 수입하는 원유 중 60%는 캐나다산이다.
이달 미국이 캐나다산 원유에 관세를 부과하면 막대한 원유가 갈 길을 잃게 된다. 상당수 물량은 미국을 피해 아시아 권역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캐나다산 중질유의 품질은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가격은 10% 이상 저렴하다.
국내 정유사들은 과거 미국이 독점한 캐나다 원유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공급선을 다변화하고 원가를 낮춰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중질유 정제시설을 갖추고 있는 만큼 상품화에도 문제 될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캐나다산 원유의 경제성을 지속해서 검토하고 있다"며 "향후 상황이 닿는 대로 도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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