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영입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주력 사업 보강을 위해 반도체, 신소재 등 특정 기술 분야 전문가부터 국내외적으로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확대된 데 대한 대응책으로 통상 전문가 영입도 이뤄지고 있다.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재무 전문가들 역시 주요 영입 대상이다. 영입 대상은 주로 대학교수가 많았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 ㈜LG, 현대차, GS건설 등은 신규 사외이사 후보를 확정하고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승인받을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사외이사에 현 이사회 의장인 김한조 이사장 대신 이혁재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를 새 후보로 선임했다. 이 교수는 서울대학교 시스템반도체 산업진흥센터장, 서울대 인공지능 반도체 대학원 사업단장, 한국공학한림원 반도체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 등을 맡고 있다. 최근 부침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인재 영입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도 반도체 전문가인 도진명 전 퀄컴 아시아 부회장 사외이사 후보로 올렸다. 자율주행 등 자동차 산업에서도 반도체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소프트웨어 기반 차량, 인공지능(AI) 등 신사업 분야를 강화하기 위한 인사라는 해석이 나온다.
LG전자는 강석춘 서울대학교 경영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내정했다. 강 교수는 인적자원 관리 전문가다. 최근 인재 영입과 관리가 기업의 주요 과제로 떠오른 데 대한 대응 차원인 셈이다. 강 교수는 LG전자의 사업 전략과 연계한 인사 제도와 조직문화 등을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은 이영국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를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한국열처리공학회장이자 한국공학한림원 회원,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인 이 교수는 산자부 주관 프로젝트 사업에 선정, AI 기반 소재 연구 과제를 수행하기도 했다.
GS건설은 사외이사로 손병석 전 국토교통부 1차관을 영입했다. 손 전 차관은 한국철도공사 사장을 지낸 후 현재는 주택산업연구원 고문으로 재직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신(新)행정부 출범에 따른 국제 교역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통상 전문가 영입도 눈에 띈다.
삼성전자는 통상 전문가인 유명희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사외이사로 재선임했다. LG이노텍은 김정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김 부회장은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과 대통령비서실 경제보좌관실 신남방·신북방비서관을 지낸 경제관료 출신이다.
주요 기업들은 재무·회계 전문가 영입에도 힘을 쏟았다. 현대차는 외국계 회계사 출신인 김수이 전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 글로벌 PE 대표, 벤자민 탄 전 싱가포르투자청(GIC) 아시아 포트폴리오 매니저를 사외이사로 내정했다. 현대차의 재무 전략과 글로벌 투자 확대 지원 차원으로 보인다.
㈜LG는 재무 회계 전문가인 정도진 중앙대 경영경제대학 경영학부 교수를 사외이사로 영입했으며 포스코홀딩스는 재무 회계 분야의 손성규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의 사외이사 유임안을 정기주주총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GS건설은 손 전 1차관 외에도 한국회계학회장과 증권선물위원회 비상임위원을 지낸 정석우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회계학 교수를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낙점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기업들은 저마다의 특성에 맞게 사외이사 영입에 주력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사업 부문) 관련 기술 전문가, 통상 문제를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나 관료 출신들을 선호하는 곳들이 많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소장은 "사외이사 영입은 (경영 방침에) 큰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문가들의 조언과 의견을 청취해서 경영에 도움을 받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들은 인력 풀이 넓은 학계 출신 인사들을 많이 영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goodd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