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 가능성이 커지면서 현대차(005380)·기아(000270)가 러시아 시장에 재진출할 것인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러시아는 과거 현대차의 주요 시장 중 하나로 서방의 러시아 경제제재가 풀린다면 현대차·기아의 러시아 재진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현대차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매각했지만 이를 되사올 수 있는 '바이백 옵션'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전쟁으로 현대차·기아가 떠난 사이 저렴한 중국차가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면서 과거의 영광을 찾기까지는 어려울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14일 완성차 업계와 주요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연달아 통화하며 종전을 위한 협상 논의를 시작했다.
종전 협상은 14일(현지시간)부터 열리는 독일 뮌헨안보회의(MSC)에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미국 대표단은 올해 MSC에서 종전 청사진을 제시하고, 대표단의 일원인 JD 밴스 부통령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종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완성차 업계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021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러-우 전쟁 동안 현대차·기아 등 국내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르노, 포드, 폭스바겐, 아우디, 메르세데스-벤츠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하나둘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했다.

현대차그룹은 2023년 12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매각했다. 러-우 전쟁으로 2년간 가동을 중단한 러시아 공장을 현지 업체에 단돈 1만 루블(당시 약 14만 원)에 매각했다. 올해 말까지 공장을 다시 살 수 있는 '바이백' 옵션이 포함됐지만, 러시아 정부 승인과 가격 재협상이라는 난관이 있어 간단한 상황은 아니다.
현대차그룹은 사후서비스(AS)를 위해 현지 판매법인은 남겨 뒀다. 현재 현대차 러시아 공장은 중국 업체가 임차해 차량을 생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기아는 연산 20만대 규모의 현지 공장을 거점 삼아 러시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쏠라리스와 크레타 등 러시아 등 동유럽 맞춤형 차량을 생산-판매했다. 2021년에는 연간 37만대 이상을 판매하며 당시 현대차·기아의 해외 판매량(540만대)의 약 6.8%를 차지했다. 월간 판매량 기준으로 현지 판매 1위 업체에 오르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내부적으로 러시아 공장 바이백 등 재진출 가능성을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만 현대차·기아가 러시아 시장 재진출 시 성공 가능성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가 자리를 비운 사이 중국 완성차 업체가 빠르게 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러시아 자동차 시장의 연간 판매량은 105만여대 수준이다. 러시아 시장 분석업체 아브토스타트에 따르면 판매 1위 업체는 현지 브랜드인 라다로 약 32만대를 판매했다. 체리(Chery)와 하발(Haval) 등 중국 브랜드가 라다에 이어 2~7위를 휩쓸었다. 이어 기아와 현대차가 각각 3만3580대, 2만4654대 등으로 8~9위를 기록했다. 10위는 도요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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