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의 차녀 민정 씨(33)가 13일 중국계 미국인이자 미 해병대 예비역 장교인 케빈 황 씨(34)와 결혼식을 올리면서 재벌가의 달라진 혼인 세태도 주목받는다. 과거 대기업 오너 집안에서는 유력 정치인·고위 공무원이나 다른 대기업의 자녀와 결혼해 '혼맥'을 형성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지만, 점차 일반인과 결혼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최민정 씨의 남편인 황 씨는 미국 인디애나주에서 태어나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 경영학석사(MBA)를 졸업하고 미 해병대 장교로 복무했다. 2020년 약 1년간 평택 미군기지에서 주한미군으로 복무한 경력도 있다. 현재는 예비군으로 전환, 소프트웨어 관련 스타트업을 운영 중이며 조만간 다시 현역으로 전환해 미군 특수부대에서 근무할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2020년 미국 워싱턴 DC에 거주했는데 당시 황 씨는 미 국방부(펜타곤)에서 근무 중이었고 최 씨는 SK하이닉스(000660) '인트라'에서 일하고 있었다. 동네 이웃으로 만나 서로의 군 경험을 나누며 급속도로 가까워졌다고 한다. 최 씨는 2014년 해군 사관후보생에 지원해 함정 병과 장교로 복무하며 아덴만에서 파병 근무를 한 바 있다.
최 회장의 장녀이자 민정 씨의 언니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도 지난 2017년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벤처사업가와 결혼했다.
집안 어른이 정해주는 가문간의 결합이 아니라 당사자들이 자연스러운 연애를 통해 결혼에 이르는 경우는 특히 범현대가(家)에 많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아들인 정기선 HD현대(267250) 부회장은 지난 2020년 7월 교육자 집안 출신 부인을 맞았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과 정명이 현대커머셜 사장 사이 1남2녀 중 장녀인 정유미 씨도 지난해 4월 일반인과 결혼했다. 정명이 사장은 정몽구 현대자동차(005380)그룹 명예회장의 둘째 딸이다.
정몽원 HL그룹 회장의 차녀 정지수 씨도 지난해 6월 백지연 전 앵커의 외아들 강인찬 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정몽원 회장은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첫째 동생이자 HL그룹 창업주인 고(故) 정인영 명예회장의 차남이다.
김승연 한화(000880)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 부회장과 삼남 김동선 한화로보틱스 부사장도 그런 경우다. 김 부회장은 2019년 한화그룹에서 근무했던 여성과 오랜 기간 연애 끝에 결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사장은 2022년 초 종합편성채널 기자 출신과 부부의 연을 맺었다.
이웅열 코오롱(002020)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규호 코오롱그룹 부회장도 2022년 7월 유명 패션 디자이너 우영미 씨의 딸과 결혼한 바 있다.
재계에서는 고도성장기를 지나면서 대기업의 사업 확장에 혼맥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데다 오너 3세·4세로 이어지면서 젊은 세대의 결혼관이 달라진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