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가맹점주의 권익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겠다며 추진된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지난 17일 국회에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핵심은 가맹점주 단체가 본사에 거래 조건에 대한 협의를 요청하면 본사는 반드시 이에 응해야 하며 거부 시에는 제재받는다는 것이다.
본사와 가맹점 간 힘의 불균형을 제도적으로 보완하고 점주의 집단적 목소리를 보장하겠다는 방향성은 타당하다. 그러나 문제는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느냐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실효성이 없다면 무용지물일 뿐이다.
현실은 냉정하다. 국내 프랜차이즈 본사의 대부분은 대기업이 아니다. 최소한의 인력과 제한된 시스템으로 수많은 가맹점을 관리하는 구조다. 복수의 점주 단체가 동시에 협의를 요구할 경우 이를 감당할 역량을 갖춘 본사는 드물다. 이런 상황에서 협상 '의무'만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개정안이 기존 규제 위에 또 다른 규제를 얹고 있다는 점이다. 본사들은 이미 정보공개서 등록 등 여러 규제를 이행 중이다. 여기에 협상 의무까지 더해지면 본사는 추가 인력과 비용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결국 그 부담은 브랜드 축소나 신규 가맹 제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제도가 지나치면 정작 보호하려던 점주들마저 시장 밖으로 밀려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제도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현실성을 고려해야 한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규모와 역량에 따라 제도를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협의 방식에도 유연성을 부여해야 한다. 협상을 제도화하겠다면 최소한 그 협상이 가능한 환경부터 마련해야 할 것이다.
가맹사업법 개정안의 취지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제도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본사와 점주가 함께 버틸 수 있는 구조 위에 설계돼야 한다. 협상 '의무'만을 일방적으로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조치다.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려면 현실을 반영한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
jiyounba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