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1935년과 2025년의 만남…'럭셔리 랜드마크' 된 90년 역사 공간

신세계百, 옛 제일은행 본점 재단장 '더 헤리티지' 개관
샤넬 새 매장과 90년 전 유물 한 곳에…"역사-쇼핑 결합"

9일 오전 신세계 더 헤리티지 모습. 2025.4.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9일 오전 신세계 더 헤리티지 모습. 2025.4.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지상에서 5층 건물 끝 처마까지 올라간 4개의 석조 기둥은 100여 년 전에 지어졌음에도 웅장한 느낌을 줬다.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길 건너편 한국은행 본점의 조밀조밀한 느낌과 크게 달랐다. 조선 화강석으로 마감된 네오 바로크 양식의 건물 전면에선 세월이 느껴졌다.

반면 명품 브랜드가 위치한 건물 내부는 현대적으로 정돈된 하이엔드 건축물 그 자체였다. 그러면서도 과거 유산을 곳곳에 배치하면서 과거와 현재가 서울 시내 한복판에 공존하는 공간이 됐다.

신세계백화점은 9일 오전 서울 중구 옛 제일은행 본점 건물을 재단장한 '더 헤리티지(The Heritage)'를 열었다. 2015년 건물 매입 후 10년 동안 보존 및 복원을 진행한 끝에 이날 개점했다.

1935년 준공돼 90년의 역사를 지닌 해당 건물은 조선저축은행(제일은행 전신) 본점으로 사용됐다. 한국전쟁에도 큰 피해를 입지 않아 지금도 준공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으며, 1989년 서울시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본문 이미지 - 1935년에 설치된 금고문 원형(신세계백화점 제공).jpg
1935년에 설치된 금고문 원형(신세계백화점 제공).jpg

겉모습은 100여 년 전 건물이지만 1층에 들어서자 대표적인 명품 브랜드 '샤넬'의 화려한 입구가 눈에 띄었다. 과거와 현재가 한 공간에서 조화를 이룬 모습이었다.

신세계백화점은 이 건물의 대표적인 유산인 1층 천장의 꽃 모양 석고 부조도 그대로 보존해 이날 개점한 샤넬 매장에 선보였다. 수 백개의 작은 꽃송이가 핀 모습으로 장관인 이 장식은 국내 현존하는 근대 건축물 장식 중 가장 수려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날 신세계 '더 헤리티지'에는 클라우스 올데거 샤넬코리아 대표가 방문해 박주형 신세계백화점 대표와 만남을 갖기도 했다. 올데거 대표 역시 특별한 공간에 새로 개점한 매장인 만큼 큰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본문 이미지 - 박주형 신세계백화점 대표와 클라우스 올데거 샤넬코리아 대표가 신세계백화점 본점 '더 헤리티지'가 개관한 9일 오전 '더 헤리티지' 내부를 둘러보며 이동하고 있다. 2025.4.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박주형 신세계백화점 대표와 클라우스 올데거 샤넬코리아 대표가 신세계백화점 본점 '더 헤리티지'가 개관한 9일 오전 '더 헤리티지' 내부를 둘러보며 이동하고 있다. 2025.4.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현대적 분위기로 가득한 1층을 벗어나 4층에 들어서자 100년 전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았다. 화강석으로 만들어진 계단 입구와 출입문 위의 스테인드글라스 조형물, 나무로 된 창틀, 사람 키보다 더 큰 금고 문 등은 당시의 정취를 그대로 담아냈다.

과거 강당으로 쓰였던 공간은 고품격 미술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로 쓰인다. 텅 빈 갤러리의 단상과 출입문, 창틀 등이 모두 고풍스러운 느낌이었다. 건축학적 보전 가치가 높아 개관 당시의 모습을 사진으로 찾아가며 그대로 복원했다고 한다.

한 켠에 마련된 역사관에는 건물과 관련된 주요 유물들이 전시됐다. 조선시대 주화인 상평통보가 그려진 90년 전 벽지는 그동안의 세월을 짐작하게 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1935년 개점 당시에는 은행이었기에 동전이 그려진 벽지를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문 이미지 -  9일 오전 신세계 더 헤리티지를 찾은 방문객들이 역사관을 둘러보는 모습. 2025.4.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9일 오전 신세계 더 헤리티지를 찾은 방문객들이 역사관을 둘러보는 모습. 2025.4.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건물 5층에는 한국의 문화유산을 신세계의 안목으로 풀어낸 '하우스오브신세계 헤리티지'가 들어섰다. 한국의 문화와 생활 양식을 담은 전시가 열리거나 장인들과 협업해 만든 한국의 물건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한국의 디저트를 현대식으로 해석한 '디저트 살롱'과 옥상 정원도 마련됐다.

지하 1층에는 한국의 전통 유산을 선물할 수 있는 공예 기프트샵이 마련됐다. 전통 공예 기법으로 만든 도자 작품과 배냇저고리 등 기자도 평소에 접하지 못한 물건들이 많아, 한국의 전통과 문화가 궁금한 외국인들이 많은 관심을 보일 것 같았다.

기프트샵 옆에는 프랑스의 럭셔리 크리스털 브랜드 '라리끄'와 '바카라', 명품 식기 브랜드 '크리스토플', 덴마크의 하이엔드 오디오 전문 브랜드 '뱅앤올룹슨' 등이 마련돼 있어 동서양이 한 공간에 있는 모습이었다.

본문 이미지 - 9일 오전 신세계 더 헤리티지에 입점한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매장 모습. 2025.4.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9일 오전 신세계 더 헤리티지에 입점한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매장 모습. 2025.4.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신세계백화점은 과거와 현재가 조화를 이루는 '더 헤리티지'에서 역사·문화·쇼핑이 결합된 새로운 유통의 미래를 선보여 본점이 국내 최고 럭셔리 랜드마크로 거듭나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건물이 위치한 남대문·명동 일대는 역사를 지닌 문화재가 많으면서 외국인들의 필수 관광 코스로 자리 잡은 만큼, 전통이 깃든 이 건물을 통해 문화·예술·쇼핑이 어우러진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더 헤리티지' 외에도 자사의 역사가 태동한 본관을 '더 리저브'로, 지난 2005년 개관한 신관을 '디 에스테이트'로 새롭게 명명했다. 새 단장 중인 더 리저브는 올해 하반기 재개장할 예정이다.

박주현 신세계백화점 대표는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관광의 즐거움과 쇼핑의 설렘, 문화의 깊이까지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서울의 대표적인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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