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며 한동안 이어졌던 국가적 혼란이 일단락됐다. 유통업계는 정국 불확실성 해소로 위축됐던 내수 시장과 소비 심리가 되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다만 대외 통상 리스크 등 복합적인 불안 요소는 여전히 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어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원·달러 환율 주간 거래 종가는 전날 대비 32.9원 하락한 1434.1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월 말 이후 최저치다.
지난주 환율 하락은 최근 윤 대통령 탄핵 인용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되며 시장이 안정세를 되찾은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불안정했던 정국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외환시장도 다소 안정을 되찾았다는 분석이다.
특히 환율 안정은 원재료 수입 의존도가 높은 식품업계 등에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식료품 원재료의 수입 원가 부담이 줄어들면서 업계 전반에 걸쳐 가격 인상 압력이 한층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탄핵 정국과 고환율이 동시에 이어지던 시기에는 유통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지난해 연말 밀·설탕·초콜릿·커피 등 주요 수입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입 의존도가 높은 식품기업들은 제조원가 부담이 크게 늘어난 상태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치적 혼란이 정리되면서 유통업계 부담 완화 및 소비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생긴 건 사실"이라면서도 "원·달러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면 소비 심리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아직 소비 진작을 기대하기엔 이르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미국 행정부가 지난 2일(현지시간) 한국산 제품에 25%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식 발표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이번 조치가 국내 생산품의 수출 비중이 높은 식품·뷰티 등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수출 비중이 높은 유통 기업의 전략 재정비도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불닭볶음면'으로 미국 시장에서 매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삼양식품 김동찬 대표도 지난 4일 열린 라면 박람회에서 "이번 관세 이슈는 삼양식품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식품업계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내수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있지만 글로벌 공급망과 수출입 변수 등을 고려하면 섣부른 낙관은 어렵다"며 "특히 미국의 통상 정책과 대선 등 주요 변수가 남아 있는 만큼 당분간은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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