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산업 발목 잡는 '유통법' 기로…포퓰리즘 규제에 업계 '시름'

28일 21대 국회 본회의 상정되지 못하고 폐기 가능성
휴업일·영업시간 제각각…소비자 선택권과 혼선 우려

대구 수성구 한 대형마트 출입문이 닫혀 있다. 2023.2.13/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대구 수성구 한 대형마트 출입문이 닫혀 있다. 2023.2.13/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서울=뉴스1) 김명신 기자 = "이번 제21대 국회 문턱도 넘지 못할 공산이 커 보입니다. 더 큰 문제는 대형마트들이 문을 닫고 있는데 규제만 고수하고 있고 현실적인 개선 방안도 없다는 것입니다. 제22대 국회에서는 부디 유통업체 간 공정 경쟁이 가능하도록 비대칭 규제를 해소해 주기를 기대합니다."(업계 관계자)

'주변 상권 보호' 취지 아래 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이 유통시장 환경 급변 속 10년 넘게 실효성 공방을 빚으면서 유통업계 숙원 중 하나로 꼽히고 있지만 이번 21대 국회 처리 역시 회의적인 시각이 높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등을 골자로 한 유통법 규제 이후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이 반사이익을 받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와 더불어 주변 상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는 상황이다.

28일 국회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재 소관 상임위에 계류 중인 유통법은 민주당의 반대로 이날 국회 본회의 상정되지 못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유통법을 둘러싼 핵심 쟁점은 '의무휴업일' 규제에 따른 오프라인 붕괴와 온·오프라인 유통구조 재편 속 실효성 문제다. e커머스와 경쟁해야 하는 대형마트는 1년에 한 달가량 의무휴업 해야 하고 비(非)영업 시간도 규제 대상이다.

무엇보다 현재 각 지방자치단체장이 조례 개정을 통해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해 지역마다 휴업일과 영업시간이 달라 소비자들의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현재까지 전국 76개 기초지자체가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고 있는 가운데 전국 대형마트 평일 전환 현황을 보면, 롯데마트 서초점과 청량리점은 수요일, 대구율하점은 월요일 등 월요일과 수요일로 휴업일이 다르다. 홈플러스의 경우에도 대부분 수요일휴업하지만 각 지점마다 월요일이나 화요일을 휴업일로 지정한 곳도 있다.

영업시간도 마찬가지다. 서울 서초구의 경우에는 지난 27일 기존 오전 0~8시(8시간)에서 오전 2~3시(1시간)로 변경하는 내용의 행정예고를 했다. 사실상 영업시간 제한을 푼 셈이다. 부산 강서구의 경우 일요일 의무휴업 지정을 철회해 지역 내 대형마트들은 365일 영업한다.

특히 서초구가 선제적으로 영업시간 제한 등 규제 완화에 나선 배경에는 지난 1월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한 후 마트를 포함한 인근 소상공인 점포들의 매출액·방문객 모두 증가한 것에 따른 조치라는 설명이다. 주변 상권 보호 명목하의 유통법 규제가 실효성이 없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업계에서는 유통법 강행으로 대형마트의 매출 하락을 비롯해 소비자들의 선택권 축소나 테넌트(tenant 마트 입점 소상공인), 주변 상권 소상공인에 대한 부정적 여파가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유통 산업 지형에서 오프라인은 시장 경쟁력에서 퇴보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무엇보다 정작 소비자 조사에서도 유통법 규제 완화에 힘을 싣고 있지만 10년 넘게 발목을 잡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이익단체들의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 규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지난 4월 실시한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지역(서초구, 동대문구, 충북 청주시) 이용자 조사 결과에서 평균 81%가 만족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국유통학회도 '대형마트 폐점이 주변 상권 및 고용에 미치는 영향 분석 결과'를 통해 "폐점으로 인해 주변 상권의 매출액이 감소하는 부정적인 영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대형마트의 영업을 축소하거나 제한하는 규제가 주변 상권의 매출액을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다른 결과로, 대형 유통시설의 역할에 대해 다시 살펴보고 이에 따른 규제 정책이 개정돼야 함을 제시한다"고 짚었다.

마트업계 관계자는 "유통법은 대형마트가 소비 시장을 독과점 하던 시기에 등장해 당시에는 의미가 있을 수는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오프라인이 위기다. 달라진 유통시장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규제"라면서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선택권보다는 이익단체를 향한 선심성 규제로 퇴색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유통법은 오는 29일 21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된다. 정부는 22대 국회에서도 유통법을 재발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여소야대' 환경에서 녹록잖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유통법 규제는 경제 논리가 아닌 이익단체의 이익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소비자 문제와 직결되는 규제인 만큼 오프라인이 고사 되지 않도록 정치권이 다 같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lil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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