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종홍 최동현 기자 =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은 미국 실리콘밸리와 어깨를 겨눌 수 있는 'K-메가샌드박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선 취업 보장형 교육,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 네거티브 규제 전환, 파격적인 인센티브 등 4대 요건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13일 대한상의에 따르면 최 회장은 전날(12일) 방영된 KBS1TV 다큐멘터리 '미래 사회로 가는 길, 메가 샌드박스'에 출연, 국내에 1000개가 넘는 특구가 존재하는데도 지역경제 활성화는커녕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글로벌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이 나오지 않는 문제에 대해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해법으로 제시하며 이같이 말했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은 대담한 방법을 써야만 풀 수 있는 문제란 뜻이다.
최 회장은 "AI가 모든 산업을 바꾸는 시점에 (한국도) 경제 시스템, 비즈니스 모델을 바꿔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며 "(한국의) 문제를 동시에, 한꺼번에 푸는 것이 아니라면 해법이 없다"고 전면적이고 일괄적인 '턴키(turn-key)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양질의 일자리가 지역에 만들어지면 인구가 유입되고 교육·주거 등 정주여건이 개선돼 지역소멸과 저출생 문제까지 동시해 풀 수 있다"며 메가 샌드박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두 곳을 먼저 정해 집중적으로 성공시키면 그걸 모델로 해서 다른 지역으로 확산시킬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메가 샌드박스는 규제 혁신에 중점을 둔 기존 샌드박스나 특구에서 나아가 광역 단위 지역에 특화된 미래 전략 산업을 선정해 규제를 유예하고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최 회장은 기존 특구에 대해선 "대부분 제조업 베이스의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하고 있어 정확히 기업이 원하는, 수도권에 있다가 지방으로 이전할 수 있는 조건이나 환경까지 제공하지는 못하고 있다"며 "또 특구를 동시다발적으로 너무 많이 만들어 특구끼리 경쟁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특구들이) 하나도 다르지 않게 된다"고도 덧붙였다.
최 회장은 메가 샌드박스를 추진하기 위한 4대 요소로 △취업 보장형 교육 △ AI인프라 구축 △네거티브 규제 전환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최 회장은 "인력은 아예 대학 교육에서부터 직업(job)과 매칭을 시켜야 한다"며 "(학생에게) 지역에서 취직할 수 있다는 것을 개런티(보장)해줘야 하고, 학생들도 '수도권이 아니라 여기에서 직업을 얻고 이 산업에 종사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커리어(경력)를 정하고 올 수 있게 해야 문화 시설(정주 여건)도 가져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다음으로는 대한민국에 AI 인프라가 하나 제대로 들어가야 한다"며 "그래야 어떤 산업을 하든 이 인프라가 AI를 어시스트(보조)해 줄 수 있다. 그 도시에 필요한 제조 AI를 연구하고, 만들고, 데이터를 모아야 (지역) 안에서 (산업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최 회장은 규제 문제에 대해서도 "네거티브 규제가 필요하다"며 "'제가 이런 걸 해도 되나요'라고 물었을 때 '네 뭐든지 하세요'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그 사업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하는 것은 다 해주는 그런 열린 마음과 열린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마지막으로 "지방 스스로가 기업들에 필요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며 "그래서 수요를 대한민국 레벨이 아닌, 글로벌 수요를 끌고 올 수 있을 정도로 (인센티브를) 만들겠다는 타깃(목표)을 가져간다면 (메가샌드박스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한상의는 "이번 다큐멘터리는 메가 샌드박스 아이디어를 국민 눈높이에 쉽게 알리고자 방영했다"고 밝혔다.
다큐멘터리는 부산 출신 여성 스타트업 창업가 손보미 스타씨드 대표가 고향을 찾아 활력을 잃어가는 도심을 둘러보며 지역의 현실을 조명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청년들로 북적이는 판교와 지역 출신 직장인들의 모습도 대조해서 보여준다.
지역 기업들이 지역에서의 창업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나 해외의 극복 사례도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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