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초고가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가 한국 전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내수 판매가 감소했지만 럭셔리 브랜드의 한국 판매량은 오히려 증가하거나 세계 상위권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차량 전시를 넘어, 럭셔리 라이프 스타일을 경험하는 공간을 통해 신규 고객 확보와 브랜드 이미지 강화도 노리는 모습이다. 한국 시장을 두고 럭셔리 브랜드의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메르세데스 벤츠 딜러사 한성자동차는 지난해 4월 서울 청담동에 벤츠 최상위 브랜드 마이바흐 전용 '익스클루시브 라운지 플러스' 문을 열었다. 마이바흐 전용 익스쿨루시브 라운지 전시장 중 '플러스' 디자인이 적용된 곳은 여기가 세계 최초다.
한성자동차와 벤츠 코리아, 벤츠 독일 본사는 테이블, 조명, 벽면, 바닥까지 모든 인테리어 부분에 심혈을 기울인 끝에 디자인을 확정했다. 라운지 플러스는 2층 규모로 구성된다. 1층에는 S-Class 및 GLS 모델이, 2층에는 마이바흐 모델이 전시돼 있다. 특히 2층은 핑크 골드색의 벽면이 마이바흐의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고객이 직접 본인의 메르세데스-마이바흐 차량을 맞춤 제작할 수 있는 '마누팍투어(MANUFAKTUR)' 공간도 이곳에 마련돼 있다.
세계 최초 마이바흐 전용 전시장도 건설 중이다. 벤츠 딜러사 더클래스효성은 서울 압구정동에 마이바흐만 전시하는 전용 전시장을 건설하고 있다. 마이바흐는 3억 원을 넘나드는 고가 차량으로, 수요가 많은 강남에 전용 전시장을 집중적으로 건설함으로써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람보르기니는 올해 부산에 새로운 전시장을 오픈한다. 람보르기니는 그동안 서울에만 전시장을 뒀지만, 지난해 '분당'에 이어 올해 '부산'에 전시장 문을 열면서 한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시장 확대는 최근 럭셔리 브랜드의 흐름이다. 롤스로이스는 지난해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맞춤 제작 차량을 경험할 수 있는 '프라이빗 오피스'를 세계에서 4번째로 오픈했다. 이곳에서는 일반 전시장에서 선택할 수 없는 옵션을 선택할 수 있어 럭셔리 브랜드의 희소성을 더한다.
벤틀리는 2022년 전 세계 최초로 전시장, 서비스센터 등의 복합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벤틀리 타워'를 서울 동대문구에 열었다. 2023년에는 청담동에 차량 전시는 물론, 카페, 영화 관람 등 다양한 럭셔리 라이프를 경험할 수 있는 5층 규모의 플래그십 전시장 '벤틀리 큐브'를 열었다. 청담동 벤틀리 큐브는 새로운 디자인이 적용된 첫 번째 전시장이다.

럭셔리 브랜드의 전시장 확대는 한국 시장의 중요성 때문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마이바흐는 한국에서 1363대, 벤틀리는 400대, 롤스로이스는 183대를 판매했다. 각 47%, 50.6%, 33.7% 줄어든 수치로 내수 시장 침체를 이들 럭셔리 브랜드도 피하지 못한 모습이다. 다만, 람보르기니는 유일하게 13% 증가한 487대를 판매하며 선전했다.
전체적인 판매량은 감소했지만, 한국 시장 중요성은 줄지 않았다. 마이바흐의 경우 지난해 한국 판매량은 미국, 중국에 이어 3번째로 높았다. 벤틀리의 글로벌 판매에서 한국은 2021년 세계 6위, 2022년과 2023년 세계 5위를 기록했다. 롤스로이스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판매량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브랜드 입장에선 미국, 중국과 비교해 적은 인구에도 판매율이 높은 한국 시장을 놓칠 수 없는 상황이다.
전시장을 통해 럭셔리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점도 전시장이 늘어나는 배경으로 꼽힌다. 맞춤형 차량 제작 공간이나 문화 공간, 럭셔리 라운지 운영을 통해 기존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고, 새로운 고객 유치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럭셔리 브랜드의 전시장은 단순히 차량을 전시하는 곳을 넘어 고급스러운 라이프 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는 복합적 공간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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