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785억 부당대출…기업은행 직원부부 짬짜미에 뚫렸다

추가 부당대출 적발 등 총 882억…"허위·축소·지연 보고"
관련 파일 삭제 등 검사 방해 혐의도…"수사 적극 협조"

(기업은행 전경)
(기업은행 전경)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240억 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IBK기업은행을 대상으로 금융감독원이 고강도 검사를 벌인 결과, 실제 부당대출 규모는 8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은행원 부부중 남편은 퇴직하고 기업은행에서 심사역을 맡고 있는 부인과 결탁해 7년간 785억원에 달하는 부당대출을 저지른 사실이 적발됐다. 영업점의 대출을 점검·실시해야 할 심사센터장이 입행 동기를 활용해 부당대출을 하거나 전·현직 직원이 결탁해 부당대출한 사례도 적발됐다.

금감원은 24일 이런 내용을 담은 '이해관계자 등과의 부당거래에 대한 최근 금감원 검사사례'를 발표했다.

고강도 수시 검사하자 240억 금융사고 785억으로

금감원은 지난 2월 기업은행에 대한 고강도 수시 검사를 통해, 당초 기업은행이 공시한 239억 5000만 원의 금융사고보다 큰 785억 원(51건)의 부당대출을 적발했다.

검사 결과 기업은행에서 14년간 근무한 뒤 퇴직한 A 씨는 부동산시행업 등을 영위하며 기업은행에 재직 중인 배우자 B 씨(팀장·심사역), 입행 동기, 사모임, 거래처 관계 등을 통해 친분을 형성한 임직원 등 총 28명과 공모하거나 조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7년 6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대출 관련 증빙, 자기자금 부담 여력 등을 허위로 작성하고, 심사역 등 은행 임직원은 이를 공모·묵인하는 방식이다.

우선 A 씨가 허위 증빙 등 '쪼개기 대출'을 통해 자기자금 없이 대출금만으로 토지를 구입하려 한다는 사실을, B 씨와 은행 지점장 등이 알면서도 부당대출을 실행했다.

구체적으로 A 씨는 본인이 대표로 있는 C 법인 명의로 허위 용도의 운전자금대출(4억 원)을 기업은행으로부터 받은 뒤, 이 대출금을 A 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또 다른 D 법인의 자기자금으로 가장한 후 60억 원의 대출(잔금 용도)을 받아 토지를 매입하는 방식이다. A 씨는 본인 자금 하나 들지 않고도, 64억 원의 부당대출로 토지를 매입한 셈이다.

또 B 씨는 D 법인 계좌에 거래처 등 4명이 24억 원을 입금해 마치 D 법인의 자기자금인 것처럼 가장한 것을 알면서도 지난 2020년 9월 지식산업센터 공사비 조달 목적의 대출 59억 원을 승인하기도 했다. A 씨는 여신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사업성 검토서상 자금조달계획 등을 허위로 작성했고, 대출을 받은 뒤에는 다시 거래처에 24억 원을 반환했다.

아울러 A 씨는 경기도 시흥 소재 미분양 상가 25호실을 보유한 건설사의 청탁에, 기업은행 재직 시절 동기인 심사센터장 E 씨 및 3명의 지점장을 알선하기도 했다. 이들은 허위 매매계약서를 통해 매매가를 부풀린 미분양 상가 구입자금대출 등 총 216억 원의 부당대출을 취급·승인했다.

A 씨는 대출알선 대가로 건설사로부터 12억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E 씨는 A 씨로부터 현금 2억 원 및 A 씨의 차명법인 지분 20%를 처형 명의로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이외에도 A 씨는 본인 소유 지식산업센터를 '기업은행 점포 입점 후보지'로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다만 은행 내부 검토 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았는데, 이에 A 씨는 기업은행 고위 임원에게 청탁해 실제 기업은행 점포를 입점시키기도 했다.

A 씨는 해당 고위 임원에게 장기간에 걸쳐 국내외 골프 접대를 했다. 점포 입점 직후인 지난 2022년 11월부턴 고위 임원의 자녀가 A 씨 소유 업체에 취업한 것처럼 가장해, 자녀 계좌에 2년에 걸쳐 6700만 원을 입금했다.

이런 방식으로 부당대출 관련자 8명은 A 씨로부터 총 15억 7000만 원의 금품을 수수했다. 부당대출 관련 임직원 10명을 포함한 총 23명은 A 씨로부터 국내외 골프접대를 받은 정황도 포착됐다.

본문 이미지 -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깃발이 휘날리는 모습. 2018.4.17/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깃발이 휘날리는 모습. 2018.4.17/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추가 부당대출도 적발…잔액 535억 중 95억 부실화

수시 검사 결과 A 씨 외 관련자들의 추가 부당대출도 적발됐다.

E 씨의 경우 지점장으로 근무하던 당시 한 법인과 공모해, 이 법인이 실소유한 또 다른 법인의 대표를 자신의 처형으로 교체한 후 지난 2022년 6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자금 용도 허위 기재 방식으로 27억 원(5건)의 부당여신을 승인했다. E 씨는 처형 급여 계좌를 통해 약 2년 6개월간 9800만 원을 수수했고, 법인카드를 제공받아 골프비 등으로 사용했다.

전·현직 직원 간 부당대출 사례도 있다.

기업은행 한 현직 직원은 지난 2017년 3월 같이 근무한 퇴직 직원의 지식산업센터 시행사업에 2억 원을 투자한 후, 퇴직 직원의 요청에 따라 자금용도 및 대출증빙 등 확인 없이 총 70억 원(2건)의 부당대출을 취급했다. 이후 이 현직 직원은 투자금 회수 명목으로 퇴직 직원이 시행한 지식산업센터 내 4억 원 상당의 부동산(2개 호실)을 수수했다.

A 씨 관련 부당대출에, 97억 원(7건)의 부당대출을 합하면 이번 수시 검사에서만 882억 원의 부당대출이 드러난 셈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882억 원의 대출잔액은 535억 원으로, 이 중 95억 원(17.8%)이 부실화됐다. 부당대출 적발 후 대출 돌려막기 등이 어려워짐에 따라 향후 부실 규모는 커질 전망이다.

8월 제보에도 12월 금감원 보고…'허위·축소·지연 보고' 판단

기업은행은 지난해 8월 이미 A 씨 및 동기 등 관련 비위행위를 제보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해 9~10월 중 자체조사를 통해 다수 지점 및 임직원이 연루된 금융사고도 인지했다.

다만 기업은행은 이를 곧바로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았다. 오히려 'OO지점 여신 관련 검사방안 등 검토결과'라는 별도 문건을 마련했는데, 금감원은 이를 사고 은폐·축소 시도라고 판단했다.

다수 지점이 연루돼 있어 '동시 감사'가 원칙임에도 지점 간 연관성이 드러나지 않도록 시차를 둔 '분할 감사'를 실시했고, 보고서에 A 씨를 퇴직 직원이 아닌 '지인' 등으로 표시하는 등 A 씨를 드러나지 않도록 기재했다는 것이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12월 26일에서야 금감원에 보고해, 보고 지연 의혹도 받는다.

금감원 검사 과정에 조직적으로 검사를 방해한 혐의도 있다. 지난 1월 16일 기업은행 직원 6명이 271개 파일(지난해 9~10월 자체조사 자료 등) 및 사내 메신저 기록을 삭제한 것이다.

금감원은 "검사를 통해 확인된 부당대출 등 위법 사항에 대해서는 관련 법규와 절차에 따라 엄정 제재하겠다"며 "관련 임직원 등의 범죄혐의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 고발·통보하고, 위법 사항 및 관련자에 대한 명확한 사실 규명을 위해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금감원의 수사 의뢰 후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이준동)는 기업은행 서울·인천 등 지점 대출담당자 및 차주 관련 2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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