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지현 기자 = 코빗이 국내 블록체인 기술 기업 오지스와 함께 레이어2 시장에 진출했다. 코빗은 최근 국내 원화 거래소 내 점유율 경쟁에서 한 자릿수 점유율을 기록하는 등 쉽지 않은 상황을 겪고 있다.
이에 코빗은 거래 수수료 외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고, 단순 거래소 기능을 넘어 국내 블록체인 산업에까지 기여할 수 있는 사업을 찾았다. 마침 올해 '가상자산 탈취 사건'으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던 오지스가 레이어2 사업을 구성했고, 코빗은 국내 1세대 블록체인 기술 기업으로 불리는 오지스와 함께 이더리움 레이어2 시장에 전격 도전장을 내밀었다.
우선 양사는 레이어2 사업을 전개하기 위해 국내에 합작법인 '하이드로우'를 세웠다. 하이드로우는 이르면 올해 안에 국내 이용자들에게 이더리움 레이어2 '실리콘'을 선보일 예정이다. 해당 서비스가 공개되면 이용자들은 코빗 거래소 지갑을 통해 코빗과 오지스, 하이드로우의 레이어2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
<뉴스1>은 최근 오세진 코빗 대표, 최진한 오지스 대표, 박규원 하이드로우 대표와의 공동 인터뷰를 통해 치열한 레이어2 시장에서 이들이 선보일 사업 경쟁력과 앞으로의 사업 전략 등에 대해 물었다.
코빗과 오지스의 레이어2 사업은 오지스가 개발한 레이어2 '실리콘'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진행된다. 실리콘 블록체인은 기본적으로 이더리움 레이어2의 특성을 지녔다.
이에 이더리움 생태계와의 연동이 가능한데, 오지스는 국내 가상자산 커뮤니티의 기반이 텔레그램에 있다는 점을 고려해 텔레그램 생태계와 실리콘을 연결하기로 했다.
사용자는 텔레그램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여러 가지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디앱)을 경험할 수 있다. 이 같은 일명 '댑인앱' 체계가 이번 실리콘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코빗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중 처음으로 거래소 사용자들이 실리콘 블록체인과 연결할 수 있는 개인 지갑을 제공할 예정이다. 코빗 사용자는 거래소가 제공하는 개인 지갑을 통해 실리콘 블록체인이나 베이스 등 이더리움 레이어2 생태계와 연결된다.
한국에서 최초로 설립된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이 사용자들에게 단순히 중앙화거래소(CEX)로서 가상자산에 대한 거래 지원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웹3적 요소로 불리는 '댑'의 사용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실리콘 블록체인이 활성화되고, 코빗의 개인 지갑의 사용량이 늘어나면 코빗은 자연스럽게 그 안에서 트랜잭션(거래 기록) 수수료 등을 얻을 수 있다.
이는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만든 레이어2 사업 '베이스'와 유사하다. 실제 코빗은 코인베이스와의 업무협약(MOU)을 통해 거래소 차원에서 개인 지갑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기술 노하우나 향후 운영 전략 등을 전수받을 예정이다.
코인베이스도 코빗의 개인 지갑에 베이스 체인이 연결되면, 코빗 사용자들이 베이스 생태계에도 접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소위 '국내 거래소 사용자의 대거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
우선 오세진 코빗 대표는 중앙화거래소인 코빗이 레이어2 사업에 참여하게 된 배경으로 '거래소 내 유동성 증가'와 '국내 웹3 산업의 발전'을 꼽았다.
오 대표는 우선 "(가상자산) 가격에 따라서 유동성이 생기는 시장은 이미 국내에서는 포화상태"라며 "활용성에 따라서 거래량이 증대되는 시장이 나타날 것인데, 이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코빗의 위치가 가격에 의해 발생하는 유동성 측면에서는 1% 정도만 차지한다"면서도 "앞으로는 코빗이 활용성 기반에서 발생하는 유동성 측면에서 99% 이상을 가져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여전히 업비트와 빗썸이 국내 거래소 시장 점유율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코빗이 가상자산의 상장 등 거래 환경 개선만으로는 현재의 점유율 차이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에 레이어2 사업으로 거래소의 '활용성'을 개선하고, 새로운 시장에서의 유동성을 코빗으로 공급해 거래소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오 대표는 시장 상황에 따라 매출의 폭이 큰 거래소 환경을 실리콘과 같은 신산업을 통해 개선하겠다는 포부다. 그는 "국내 시장은 불장일 때 매출이 늘어나고 잠잠하면 매출이 줄어드는 단순한 구조에 막혀있다"며 "해외 사례를 보면 거래소들이 단순히 위탁매매만 하는 게 아니라 블록체인을 전파하는 역할을 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매출을 발생시킬 수 있는 채널을 만들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앙화거래소라고 해서 단순히 거래 환경만을 제공하는 것은 진정한 블록체인 기업이라고 보기 힘들다"며 "코빗을 단순 거래소가 아닌 '웹3 기업'으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이번 실리콘 사업을 통해 코빗과 연결되는 국내 대형 프로젝트를 만들어 국내 웹3 산업 발전에도 기여하겠다는 각오다.
그는 "국내의 웹3 산업 자체가 커지려면 한국 개발자들이 많이 참여하고, 한국 사용자들이 많이 들어올 수 있는 대형 프로젝트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이러한 대형 프로젝트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개발 과정에서의 소통 방식이 중요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기술 기반이 갖춰진 오지스와 이번 레이어2 사업을 같이 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진한 오지스 대표도 이번 레이어2 실리콘 사업을 코빗과 함께 진행한 배경에 대해 "단순히 거래지원, 관리 감독만 하는 것은 블록체인 사업이라고 하기 힘든 것 같다"며 "코빗은 거래소 사용자들에게 웹3적 경험을 드리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는 거래소이자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기업이라고 생각해 함께 신사업을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실리콘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코빗과 오지스의 합작법인인 하이드로우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이드로우의 박규원 대표는 오지스의 최고사업책임자(CBO) 출신으로 실리콘 사업의 성패를 가를 '오픈코호트'를 관리한다.
오픈코호트는 소위 말해 오프체인과 온체인을 연결하는 기능을 하는데, 오프체인에서 존재하는 다양한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앵커링해 온체인 사용자로의 유입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실리콘의 생태계 확장을 위해서는 블록체인이 아닌 인터넷 사용에 익숙한 웹2 사용자들을 웹3 생태계로 끌고 들어와야 하는데, 이때 오픈코호트는 사용자 편의성을 제공하는 것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용자 유입 등 생태계 확장에 중요한 부분을 오픈코호트가 맡는 것이다.
이더리움 레이어2인 실리콘은 폴리곤의 개발 키트인 CDK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해당 레이어2 블록체인의 보안도 실리콘의 성공을 위해서는 중요한 요소다.
박 대표는 아비트럼 등 여러 레이어2 등이 존재하는 환경에서 폴리곤을 선택한 것에 대해 "폴리곤의 ZK롤업은 이더리움과 동일한 파이널리티를 가져간다"며 "이는 보안적으로나 구동적으로나 레이어1인 이더리움과 가장 유사한 블록체인 환경이라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폴리곤을 선택했다며 이러한 레이어2 환경은 미래에도 다소 규제 친화적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생태계 확정에도 이점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도 "오지스가 올해 가상자산 탈취 사건을 계기로 보안적인 부분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며 "실리콘 사업도 보안적인 검증을 많이 거친 폴리곤 제품을 기반으로 생태계를 꾸리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이번 실리콘 사업의 성공을 위한 중요 키워드로 사업자 간 '협심'을 꼽았다.
그는 "실리콘 사업을 맡게 되면서 '흑백요리사' 프로그램이 생각났다"며 "겉으로 보면 주류인 백 요리사, 비주류인 흑 요리사가 대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흑과 백이 합심해서 최고의 맛을 선보이는 과정을 보여준 것이 대중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라고 짚었다.
그는 "국내 웹3 산업도 중앙화거래소가 주류, 블록체인 기업은 비주류라고 생각한다"며 "주루와 비주류가 경쟁하는 것이 아닌 두 곳이 협심했을 때 국내 웹3 산업에서 혁신적인 부분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주인공이 실리콘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실리콘 사업의 성공을 위해 "코빗이 가진 안전성과 오지스가 가진 혁신성의 접점을 잘 맞추면 실리콘 사업이 대중에게 큰 관심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한국의 웹3 산업의 재부흥, 나아가 글로벌적으로도 영향력이 있는 프로젝트로 성장시키고 싶다"고 강조했다.
오지스의 최 대표도 "프로젝트가 제공하는 기술들을 유저들이 자주 사용하실수록 그 프로젝트의 성과는 크게 나타난다"며 "오지스는 실리콘에서 제공하는 오픈코호트 기능을 유저들이 적극 활용하고 향후 나아가 이 같은 실리콘 환경을 많은 업체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끔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인터넷 세상에서 여러 업체들이 웹사이트를 쉽게 만들어주는 것을 지원한 '카페24'와 같이 웹3 세상에서는 실리콘이 오픈코호트를 기업들이 적극 활용해 여러 환경들을 조성해 줬으면 한다"며 "이를 통해 오지스가 국내 블록체인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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