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영화제 '한국 영화 0편'을 바라보는 복잡한 시선들 [N이슈]

칸 영화제 ⓒ AFP=뉴스1
칸 영화제 ⓒ AFP=뉴스1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제78회 칸 국제영화제(이하 칸 영화제)의 공식 초청작이 발표됐다. 개막작부터 경쟁 부문, 주목할만한 시선, 비경쟁 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 칸 프리미어, 스페셜 스크리닝까지 7개 부문의 초청작 53편이 공개된 가운데, 한국 영화는 단 한 편도 없어 아쉬움을 안긴다.

지난 10일 오후 6시(한국 시각, 현지 시각 오전 11시) 파리 UGC 몽파르나스 영화관에서 진행된 제78회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 공식 초청작 발표에서 한국 영화는 한 편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영화제의 꽃인 경쟁 부문 진출작에는 웨스 앤더슨과 다르덴 형제, 아리 에스터, 요아힘 트리에, 리처드 링클레이터 등 유명 감독들의 작품 스무 편이 올랐다.

한국 영화는 단골 초청 섹션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서도, 그밖에 부문에서도 부재했다. 아직 단편 섹션과 시네파운데이션, 병행 섹션인 감독 주간, 비평가 주간의 초청작은 발표되지 않았고 영화제 측에서 발표 이후에 때때로 초청작을 추가하기도 하므로 '0편'이라고 확정지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일단 이날 발표된 공식 섹션 초청작 리스트에서는 한국 영화의 존재감이 사라져버린 것이 분명했다.

한국 영화는 3년째 경쟁 부문 진출작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 경쟁 부문 진출작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2022)이다. 그 해 칸 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은 감독상을, 코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한국 영화 '브로커'에 출연한 배우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을 받는 영예를 누렸다. 이후 한국 영화는 경쟁 부문에서 부재했지만 2023년에 '거미집'이 비경쟁 부문, '화란'이 주목할만한 시선,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가 미드나잇 스크리닝, '잠'이 비평가주간에, 지난해 '베테랑2'가 미드나잇 스크리닝, '영화 청년 , 동호'가 칸 클래식, '메아리'가 라 시네프 섹션에 초대되며 명맥을 지켰다.

본문 이미지 - 칸 영화제 ⓒ AFP=뉴스1
칸 영화제 ⓒ AFP=뉴스1

한국 영화가 공식 섹션에 초대받지 못한 현 상황을 영화 전문가들은 내부에서 감지되는 산업적인 위기가 그대로 반영된 결과로 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영화 산업이 위축되면서 상업적인 측면이 강조된 작품들에만 투자가 되고, 예술적 가치가 있는 작품들에 대한 투자는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결과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이는 극장 관객수가 감소하고, 영화 제작 편수가 줄어드는 등 영화 산업이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전찬일 평론가는 11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조금 더 봐야겠지만 보통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에도 비극이었는데 올해는 이대로 계속 간다면 참극이다, (한국 영화의 위상이)다시 수십 년 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통탄했다. 이어 "영화로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너무 '돈, 돈, 돈' 하며 영화를 문화가 아닌 산업으로만 본 것에 대한 대가를 지금 치르고 있다, 이제부터는 (한국 영화가)다시 맨땅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 평론가는 칸 영화제에 초청받는 것이 한국 영화의 산업적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노라'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기에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을 수 있었다, '칸 영화제' 이름 없이 프로모션이 안 된다, 프로모션을 돈으로 치면 수십 억이 아니라 수천 억"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후반 작업 일정을 맞추지 못해 이번 칸 영화제에 출품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박찬욱 감독의 '어쩔 수가 없다'가 가능하면 늦게라도 출품이 이뤄져 추가 발표에 포함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국 영화는 지난 2000년 임권택 감독이 '취화선'으로 최초 초청된 이래 약 20년간 칸 영화제로부터 꾸준한 주목을 받아왔다. 전문가들은 한국 영화가 세계 최고 영화제의 주목을 받는 데까지는 영화 자체의 질적, 양적 성장뿐 아니라 영화계 밖에서의 지지, 예컨대 정치·경제적 측면에서의 전방위적 지원과 노력이 있었다고 했다. 영화제 역시 어느 정도는 정치적일 수밖에 없으며 자본의 흐름을 따라가게 돼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하지만 K 콘텐츠가 주목받는 현시점의 한국 영화는 작품만으로 승부를 볼 수 있어야 하고, 그렇기에 위상에 걸맞은 '영화적인 영화'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정지욱 평론가는 "(과거의 노력으로)좋은 시작이 있었고,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을 충분히 이뤄낼 수 있었다, 그리고 2020년대는 그 관심이 더 커질 기회였고, 이제는 작품만으로 승부를 볼 수 있었는데 악재를 만났다"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부상한 OTT 산업이 극장 영화에 미치고 있는 영향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면서 "제작사나 투자자 입장에서 조금 더 과감한 제작과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작품성이 뛰어난 시나리오나 기획에 대해 머뭇거림 없이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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