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 '승부'(감독 김형주)가 지난 19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승부'는 프로 바둑 기사 조훈현과 그의 제자 이창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제자와의 대결에서 패배한 스승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병헌과 유아인이 주연을 맡았다.
'승부'가 개봉 전부터 이목을 끌고 있는 것은 유아인 때문이다. 이 영화는 지난 2023년 2월부터 상습 마약 혐의로 재판을 받고 법정 구속됐다 최근 2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된 유아인이 마약 사태 전에 찍어둔 작품이다. 인기 배우인 유아인은 사건이 터지기 전 여러 작품을 찍어뒀는데, 넷플릭스 '종말의 바보'와 영화 '승부' '하이파이브' 등이 해당 작품들이다. 지난해 4월 공개된 '종말의 바보'는 유아인의 분량이 일부 편집된 상태로 공개된 바 있으며, '하이파이브'는 개봉을 준비 중이다.
2021년 크랭크업한 '승부'는 당초 극장 공개를 목표로 제작됐지만 팬데믹의 여파로 넷플릭스 공개를 결정했던 작품이다. 하지만 2023년 유아인의 마약 투약 사건으로 인해 OTT에서 다시 극장으로 플랫폼이 바뀌었다. 그 사이 극장 배급사가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에서 바이포엠스튜디오로 변경되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다.
이 영화는 투톱 주인공을 내세운 만큼 유아인의 분량과 관련해서는 애초 영화의 완성도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편집이 어려운 작품이었다. 다만 시사회에 앞서 '승부' 측은 영화의 포스터를 이병헌 단독 샷으로, 예고편에서도 유아인은 뒷모습만을 공개하며 모든 선재물에서 '유아인 지우기'에 나선 바 있다. 음주 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배우 곽도원이 주연한 영화 '소방관'이 같은 전략으로 지난해 말 개봉,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실제로 공개된 영화에서 유아인의 분량은 적지 않다. 영화의 초점은 조훈현(이병헌 분)에게 맞춰져 있으나 이창호(유아인 분) 역시 한 명의 주인공으로서 영화를 이끈다. 이창호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김강훈의 분량이 초반 30분을 채우고 난 뒤 나머지 80~90분의 분량은 자기만의 바둑을 찾기 위해 고심하는 10대 시절의 이창호(와 그런 그에게 보기 좋게 패배하는 스승 조훈현이 주고받는 감정과 서사를 담았다. 영화 촬영 당시 30대 후반이었던 유아인은 실존 인물을 모델로 한 이창호의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연기했으며, 이는 상대역인 선배 이병헌과 비교해도 모자람이 없다.
김형주 감독은 시사회와 같은 날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최종 편집본에서 유아인의 분량을 다량 편집하기 어려웠던 이유를 밝힌 바 있다. 그는 "예고편은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반면 본편 이야기 구조, 기획 의도에서 비춰볼 때 완성된 영화를 다시 편집하는 게 이야기가 성립이 안 될 것 같았다"며 "(유아인이 맡은 이창호 국수를) 언급 안 하고 이야기를 진행하기엔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화가 공개되고 나면 그 부분들을 충분히 납득하실 수 있을 거라고 본다"며 감독 입장에서는 영화가 세상에 나오기 전에 의도치 않게 상처를 입었는데 더 생채기를 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다, 애초에 의도대로 영화를 선보이는 게 도리가 아닌가 한다"고 설명했다.
공개된 영화는 일단 호평받고 있다. 개봉은 오는 26일로, 관객들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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