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 '미키 17'로 돌아온 봉준호 감독이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에서 수천억 원의 제작비로 영화를 만든 소감을 밝혔다.
봉준호 감독은 최근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진행한 영화 '미키 17' 관련 인터뷰에서 한국과 제작비 차이가 큰 할리우드에서 작업했는데 실감한 부분이 있느냐는 말에 "이 작품의 순제작비가 기사마다 다르게 나와 혼동이 있더라, 내가 워너브러더스랑 일한 라인 프로듀서에게 물었더니, 홍보 비용 등을 빼면 1억 1800만 달러(약 1692억 9460만 원)가 들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 스튜디오가 설정한 금액이 1억 2000만 달러였는데 예산 내에 딱 끝난 것"이라고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봉 감독은 "나도 1억 달러를 기준으로 그것을 넘는 영화를 조금 큰 영화라고 본다, 미국에서도 물론 '어벤져스' 같은 영화는 2억 몇천만 달러, 3억 몇천만 달러까지 가지만, ('미키 17'은) 할리우드 기준으로 보면 약간 중간 규모에서 블록버스터 사이 정도의 중대형급 영화다"라면서 "그런데, 규모에 대해서 내가 체감하거나 압박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기억은 없었다, 나는 평소 작업하던 대로 그대로 했다"고 말했다.
"평소 작업하던 대로"라는 것은 스토리보드와 현장 편집을 활용하는 '한국식' 작업이다. 봉준호 감독은 "스토리보드를 정확히 해서 준비하니 스태프들은 좋아했다, 오히려 미국이나 영국 같은 서구권 감독들이 스토리보드를 별로 안 쓴다, 그리고 현장 편집을 보면 되게 신기해한다, 한국은 대부분의 촬영장에서 현장 편집이 있어서 그때그때 (촬영 분을) 조합하는데 그러면 되게 놀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외국 배우나 프로듀서들은 보면서 '왜 이렇게 하는 거야?' 하고 묻는데 나는 '한국인들이 성격이 급해서 그래, 그 자리에서 확인해야 해' 한다, 그렇게 정교하게 찍어나가는 (한국에서의) 방식 그대로 했기 때문에 예산과 일정 안에 순탄하게 잘 끝났다"고 덧붙였다.
봉 감독은 영국 런던 북쪽에 있는 리브스덴이라는 도시에 워너브러더스 소유의 세트장이 있고, 그곳에서 '미키 17'의 80% 이상을 찍었다고 했다. 나머지 20%는 런던 시내 등에서 촬영했다. 그는 "되게 집중력 있게 즐겁게 찍었다, 순탄한 촬영이었다"며 "배우나 촬영 진행 등등 여러 가지 있어서 돌발 상황이나 이런 게 별로 없었고 런던 날씨가 안 좋다고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 실내에서 찍었으니까 그런 것도 별로 없었다"고 회상했다.
'미키 17'은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으로,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미키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중,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 18'이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번 영화는 2022년 발간된 에드워드 애시튼의 '미키 7'을 원작으로 하며 봉준호 감독의 8번째 장편 영화다. 로버트 패틴슨과 나오미 애키, 스티븐 연, 토니 콜렛과 마크 러팔로 할리우드 스타들이 출연했다. 오는 28일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개봉한다.
eujene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