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3일 "(현 부동산 금융 관련 제도는) 국민 모두를 투기 세력으로 몰아넣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이날 한은과 금융연구원이 공동 개최한 부동산 금융 관련 정책 콘퍼런스에 참석해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대담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부동산 부문에 과도하게 쏠린 대출과 자산을 정상화하기 위해 '지분형 주택 금융' 활성화를 강조했다.
이 총재는 "부동산 금융의 큰 틀이 바뀌어야 한다"면서 "우리나라에서 주택 수요가 큰 이유는 레버리지 투자로서 가장 좋은 투자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자기 돈을 30% 넣고 70%를 빌려 분양가 상한제 지역에 투자했다가 소위 '로또 분양'을 맞는다면, 다른 어디에 투자한 것보다 더 좋기 때문에 (현 제도는) 국민 모두를 투기 세력으로 몰아넣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 제도 하에서 주택 수요는 줄기 어렵고 주택 가격이 떨어져야 줄어들 텐데, 이는 수도권에서는 오랜 세월이 걸리는 일"이라면서 "리츠(REITs · Real Estate Investment Trusts)를 비롯한 지분형 주택 금융 활성화로 부동산 금융의 큰 틀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디딤돌대출, 보금자리론 등 현 정책금융에도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이 총재는 "신혼부부와 저소득층을 낮은 이율로 도와주는 것이 정치적으로는 맞지만, 이것이 집값을 올리고 그만큼 집을 사기 더 어렵게 해 정책금융을 더 해야 하는 악순환으로 이끈다"고 평가했다.
그는 "거시적으로 보면 신혼부부와 저소득층 등을 (정책금융으로) 도와주는 것은 집값을 올리는 쪽으로 더 많이 작용하기 때문에 당분간 부채 비율이 낮아질 때까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의 보증 제도가 공급자 중심으로, 주택 공급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지분형 주택 금융의 성공을 위해 청년 세대의 주택 수요를 정확히 이해할 것도 제안했다.
이 총재는 "아주 좋은 역세권에 새로 짓는 것을 먼저 시작해 달라"며 "그러면 수요가 생기고 제도가 성공해 '집을 100% 가지지 않아도 괜찮구나'라는 인식이 퍼질 수가 있다"고 예상했다.
부동산 금융 문제를 개선하지 않고는 유효한 통화정책 수행이 어렵다고도 토로했다.
이 총재는 "금리를 올릴 때도 가계부채가 너무 많아서 어렵고 금리가 하락할 때도 부동산이나 해외 주식으로 금융이 간다는 얘기가 있다"면서 "부동산 중심으로 금융이 갔다는 것은 새 산업도 키우지 못하고 새로운 대체 투자재가 없다는 문제가 계속되는 상황으로, 유효한 통화정책을 하기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은행 포트폴리오의 70%가 부동산이라는 것은 사실 은행의 리스크 관리 면에서도 상당히 문제가 있고, 우리 금융 시장이 굉장히 위험한 일"이라고 부각했다.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와 관련해서는 "금융·경기 상황이 예상보다 나빠지는 방향"이라면서 "경기 부양을 당연히 해야 하지만 잠시라도 2~3년 이뤄온 부채 완화의 성과가 악화되지 않도록 다짐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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