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정부가 재량지출 감축만으로는 급증하는 재정적자를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사회보험·기초생활보장·지방교부금 등 그동안 손대지 않았던 의무지출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저출생·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로 의무지출 비중이 갈수록 늘어남에 따라, 재량지출만 손봐서는 재정의 지속 가능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8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올해 676조 원 수준인 총지출은 2072년 1418조 원으로 연평균 1.6%씩 증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국세 수입과 세외 수입을 합친 총수입은 같은 기간 650조 원에서 930조 원으로 연평균 0.8%씩 늘어나는데 그칠 전망이다. 저출생과 고령화로 들어오는 세금은 적게 늘어나는데, 연금과 사회보장급여 등 나가는 돈은 빠르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같은 흐름 속에서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올해 25조 원(명목 GDP 대비 1.0%)에서 2072년 488조 원(GDP 대비 11.6%)으로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향후 지출 구성을 보면 의무지출은 연평균 2%씩 늘어나 총지출 증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전망이다. 반면 재량지출은 연평균 1.1% 증가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의무지출은 법령이나 제도에 따라 국가가 반드시 집행해야 하는 경직성 지출이다. 정부가 예산을 편성하면서 '줄이려고 해도 줄일 수 없는' 고정비용에 가깝다. 사회보험·연금·기초생활보장 등 복지성 지출뿐 아니라 지방교부금, 국가채무 이자 상환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재량지출은 정부가 정책적 판단에 따라 증액하거나 감액할 수 있는 예산이다. 연구개발(R&D), 일자리, 산업정책, 교육 등 대부분의 부처 사업 예산이 여기에 속한다.
만일 세수 여건이 좋지 않은 경우에 재량지출을 줄여 재정 긴축이 가능하지만, 의무지출은 구조를 손보지 않으면 조정이 쉽지 않다.
향후 의무지출과 재량지출의 비중 격차는 크게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총지출 중 의무지출 비중은 54.4%, 재량지출은 45.6% 수준인데, 2072년에는 각각 64.3%, 35.7%로 바뀔 전망이다. 의무지출 비중이 10%포인트(p) 가까이 높아지고 재량지출은 10%p 가량 낮아지는 것이다.
재량지출 증가세가 연평균 1%대에 머물더라도 장기재정전망상 국가채무는 2072년 7303조 원으로 GDP 대비 173%에 달할 전망이다. 결국 구조적으로 늘어나는 의무지출을 손보지 않으면 적자와 나랏빚은 빠르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정부는 건전재정을 강조하며 재량지출을 줄이고 있다. 올해의 경우도 예산상 재량지출 증가율은 0.8%에 불과하다. 하지만 재량지출 감축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의무지출 구조조정 없이는 재정건전성 달성은 어렵다고 지적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정부가 재량지출을 0%대로 묶고, 음수로 놓아도 재정지출의 절대적 규모가 통제가 안 되는 상황"이라며 "여러 복지제도에 산개돼 층층이 쌓여온 복지 급여,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 의무지출을 정비하고 통제하지 않으면 지출 압박을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도 처음으로 의무지출 구조조정을 시사했다. 정부는 최근 2026년도 예산안 지침에서 "의무지출 비중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향후 재정여력 대부분을 의무지출 충당에 투입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특히,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연금· 의료 등 복지지출 급증, 국채이자 부담으로 의무지출 소요는 계속 증가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정부는 "인구구조 등 여건 변화, 효과성, 전달체계 중복성 등을 감안해 지출 소요를 점검하고 구조개편 노력을 병행할 것"이라며 "의무지출 예산 요구 시 중장기 소요를 추계하고 필요한 경우 효율화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