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풍 불던 'K-원전'…美 '민감국가' 낙인에 직격탄 우려

미국, 올 초 민감국가 명단에 한국 포함…첨단기술 협력 제약
'韓美 원전 협력' 확대 기조 타격 우려…崔 "미국에 배제 요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워싱턴 법무부를 방문해 연설을 갖고 “2020년 대선을 조작되고, 부패한 선거에 관여한 사람들은 감옥에 가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2025.03.16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워싱턴 법무부를 방문해 연설을 갖고 “2020년 대선을 조작되고, 부패한 선거에 관여한 사람들은 감옥에 가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2025.03.16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허고운 기자 = 미국의 에너지·원자력 정책을 총괄하는 에너지부가 한국을 첨단 기술 협력을 제한할 수 있는 '민감 국가'에 지정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올 초 한미 간 협력 확대로 훈풍이 불던 국내 원전산업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은 미국과 지난 1월 민간 원자력 협력을 확대하는 '한미 원전 협력 확대 약정(MOU)'을 체결한 바 있다. '팀 코러스(Team Korea+US)' 형태로 해외 원전 수출시장을 함께 공략해 나가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번 민감 국가 지정으로 원전을 비롯한 에너지, 기술 교류 전반에 대한 제약이 예상된다.

당장 본 계약을 앞둔 체코 원전 수출이나 차세대 원전,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등 미래 기술 분야에서의 한국에 대한 견제가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의 민감 국가 지정 효력은 한 달도 안 남은 내달 15일 발효된다. 다급해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이번 주 중 미국에 급파하기로 했다. 민감 국가 지정이 현실화하기 전에 미 에너지부 장관을 만나 민감 국가에 지정된 배경과 미국 측의 입장을 확인하고, 해당 목록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다.

美 '민감 국가' 지정 발효시, 원전·반도체·AI 등 첨단기술 협력 제약

17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부는 올 초 '민감 국가 및 기타 지정 국가 목록(SCL)' 명단에 한국을 추가했다.

미 에너지부는 그동안 국가 안보, 핵 비확산, 경제 안보 위협, 테러 지원, 지역 불안정 등을 이유로 특정 국가를 민감국 리스트에 올려왔다. 주로 테러 우범국 등 미국의 제재 국가가 대상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 에너지부가 지난해까지 지정한 민감 국가는 중국, 대만, 러시아, 이란, 북한, 인도, 우크라이나, 이라크, 시리아, 이스라엘, 쿠바 등 25개국이다. 그중 아시아가 10개국, 중동 4개국, 아프리카 3개국, 유럽 7개국, 중남미 1개국이다. 일본, 호주, 뉴질랜드 같은 미국의 우방국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은 한 곳도 없다. 민감 국가 목록에 오른 나라 중에서 미국과 '상호 방위 조약'을 맺은 동맹국은 한국이 유일하다.

미 에너지부의 민감 국가로 지정되면 원전, 핵 비확산 분야는 물론 반도체, AI(인공지능), 양자, 바이오테크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의 연구·개발 협력에 제약이 뒤따른다.

미국의 국가안보를 이유로 관련 연구 분야에 대한 협력 절차가 복잡해지고, 엄격해지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한국 과학자들의 미 에너지부 산하 기관 방문 시 사전 승인이 필요해지고, 최첨단 기술이나 민감 기술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부 연구기관에서는 민감 국가로 지정된 대상국 출신 연구원에 대한 퇴출 압박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과학기술계는 미국과의 연구 협력이 활발한 양자와 원자력, 인공지능(AI) 등 현재 진행 중인 협력 프로젝트가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현재 국내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은 미국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와 광범위하게 연구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에 따르면 미국 소재 연구소·대학과 맺은 공동연구 업무협약은 총 67건에 이른다.

정부출연 연구기관 관계자는 "한국이 속한 위치가 '최하위 범주'라고 하니 어느 수준의 제약이 뒤따를지는 두고 봐야 한다"면서도 "다만 분명한 점은 민감 국가 리스트에 포함돼 있으면 해당 국가 연구자들이 미국에서 연구를 수행할 때 겪는 불편함이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본문 이미지 - 한국수력원자력이 '24조 원' 규모의 체코 신규 원전 건설사업을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원전 수출로는 사상 최대이자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에 이룬 쾌거다. 사진은 체코 신규원전 예정부지 두코바니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2024.7.18/뉴스1
한국수력원자력이 '24조 원' 규모의 체코 신규 원전 건설사업을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원전 수출로는 사상 최대이자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에 이룬 쾌거다. 사진은 체코 신규원전 예정부지 두코바니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2024.7.18/뉴스1

체코 원전, 미래 먹거리 'SMR' 어쩌나…'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개정도 빨간불

한국의 '민감 국가' 지정 예고만으로도, 당장 이달 중 최종 수주계약을 앞둔 체코 원전 수출에 악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온다.

원전은 한미 양국 간 협력이 가장 확대되고 있는 분야다. 한미 양국은 지난 1월 약정(MOU)을 맺고 '팀 코러스(KORUS)' 형태로 해외 원전 수출 시장을 함께 공략해 나가자고 약속한 상태다.

MOU 체결 직후에는 '원천 기술' 소유권을 주장하며 사사건건 한국수력원자력의 발목을 잡아 온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재산권 침해 소송도 일단락되며, 'K-원전'의 세계 무대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민감 국가로의 지정이 현실화하면 원전을 비롯한 에너지, 기술 교류 전반이 어려워질 수 있다. 최악의 경우 '팀 코리아'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출에 훼방을 놨던 웨스팅하우스가 민감 국가 지정을 빌미로 또다시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차세대 원전(SMR)과 같은 미래 기술 분야에서의 동력 저하도 우려된다.

미국이 선도하는 4세대 SMR(소형모듈원전) 기술 분야에서 양국 협력이 차질을 빚을 경우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는 국내 원전산업에 다시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에 대한 협정 개정도 차질이 우려된다.

한국은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해 일본 수준과 같은 수준의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및 우라늄 농축 권한 확보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미국의 민감국가 분류가 한국의 핵무장론에 대한 견제 장치인 것으로 파악되면서 앞으로 협정 개정 요구를 하기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일본은 1988년 개정 미일 원자력협정에 따라 미국의 승인 없이 핵연료로만 사용이 가능한 농도 20% 미만의 저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다. 20% 이상의 고농축 우라늄 생산은 미국과 협의 대상이다.

또 해외 위탁을 통해 핵연료를 재처리한 뒤 여기서 추출된 플루토늄을 반입해 보관할 수 있다. 일본이 핵 연료 재처리를 통해 확보한 플루토늄은 2020년 말 기준 46톤으로, 핵폭탄 6000개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국은 2015년 개정한 한미원자력협정에 따라 미국의 동의를 받아야만 농도 20% 미만의 저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으며 핵 연료 재처리와 이를 통한 플루토늄 추출이 금지돼 있다. 일본과 달리 해외 위탁 방식의 재처리와 플루토늄 수입도 불가능하다.

한국이 미일 수준의 원자력협정을 체결한다면 이는 핵무장을 위한 잠재력을 갖는 셈이 된다. 하지만 미국이 한국을 민감국가로 분류한 이유가 '핵무장론' 때문이라면 미국에 협정 개정을 요구하기 어렵게 된 셈이다.

민감 국가 지정 효력 시점은 내달 15일이다. 사태가 긴박하게 돌아가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주재한 대외경제현안간담회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금주 중 미 에너지부 장관을 만나 적극 협의하라"고 지시했다.

최 권한대행은 "관계기관들이 미국 측에 적극 설명해 한·미 간 과학기술·에너지 협력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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