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지난달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로 내려왔지만, 농축수산물과 가공식품 등 먹거리 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 하면서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낮아지지 않고 있다.
채소류인 배추와 무는 이상기후에 따른 작황 부진 탓에 전년보다 1.5배가량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고, 외식 물가도 주류를 제외한 대부분 품목이 평균 물가 상승률 이상으로 올랐다.
라면, 즉석밥과 같은 가공식품 또한 두 자릿수 물가 상승세를 기록하면서 평균 물가상승률과 실제 체감 물가가 괴리를 보이고 있다.
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6.08(2020=100)을 기록해 전년 동월 대비 2.0% 상승했다.
하지만 평균 물가상승률과 서민들이 실제 체감하는 먹거리 물가와는 괴리감이 크다.
통계청이 소비자물가 등락을 살피기 위해 조사하는 458개 품목 중 328개 품목이 전년보다 가격이 올랐는데, 이중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한 33개 품목 중 20개가 식품군이었다.
가장 많이 오른 품목은 무(89.2%), 배추(65.3%), 당근(59.6%), 양배추(53.2%) 등 농산물이다. 열무(30.6%), 배(21.9%), 양파(19.0%), 귤(15.5%) 등의 상승세도 만만치 않다.
곡물은 쌀을 제외한 전 품목이 상승했다. 보리쌀 가격이 전년 대비 40.4% 오르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찹쌀(18.8%)과 현미(9.5%), 콩(2.9%) 등이 뒤를 이었다.
축산물과 수산물도 상승세다. 국산 쇠고기(2.3%), 돼지고기(7.6%), 수입 쇠고기(5.4%) 등의 가격이 올랐다. 특히 수산물은 전복(-7.2%), 게(-4.0%), 오징어(-2.1%) 등을 제외한 김(33.0%), 새우(9.5%), 갈치(5.9%), 고등어(4.2%), 굴(4.6%) 등 12개 품목이 모두 상승했다.
가공식품도 73개 품목 중 밀가루·두부(각 -1.0%) 등 8개를 제외한 모든 품목이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오징어채(29.1%), 맛김(17.1%), 김치(16.6%), 라면(13.4%), 즉석밥(11.8%), 냉동만두(10.9%), 식용유(9.7%) 등이 큰 상승률을 보였다.
외식 물가 상승률도 평균을 크게 웃돈다. 소주(-1.6%)와 맥주(-0.8%) 등 일부 주류를 제외한 모든 외식 품목이 올랐다. 특히 치킨(4.9%), 자장면(4.4%), 햄버거(4.2%), 김밥(4.6%), 칼국수(4.5%) 등의 가격이 인상되며 소비자 부담이 커졌다.
통계청 관계자는 "과일이나 채소 물가는 지난해 기저 효과가 반영되며 상승했다"며 "외식은 농축수산물 가격, 인건비 부담 등으로 인해 올랐다"고 분석했다.
이어 "가공식품은 출고가 인상이 반영되면서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상당히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8%로 전망하면서도, 폭염·폭우·냉해 등 기상 여건에 따른 농수산물의 물가 불확실성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상기후는 농산물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지난 2023년 봄 전국에 이상기온으로 사과, 배 등이 냉해를 입으면서 가격이 전년보다 2배 이상 치솟았다. 사과와 배는 1년에 한 번만 재배가 가능해 지난해 가을 공급량이 증가할 때까지 장기간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배추는 지난해 여름 폭염이 이어지면서 포기당 2만 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당시 정부는 중국산 배추 100톤을 긴급 수입하는 등 배춧값을 잡기 위해 진땀을 뺐다.
정부는 최근 다시 이상기후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농수산물 물가가 오르자 비축·방출과 할인 지원 정책을 총동원해 물가 잡기에 나섰다. 농식품부는 전날 배추·무의 수급 안정을 위해 이달 3100톤의 비축 물량을 시장에 공급한다고 밝혔다. 배추는 하루 100톤씩 2600톤을 도매시장에 공급하고, 무는 500톤을 대형마트에 도매가격의 70% 수준에 공급한다.
정부는 또한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 안정을 위해 주요 외식기업과 외식업 단체 관계자 등을 만나 가격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먹거리 물가 안정을 위해 14개 주요 식품 원료에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업계에도 자구노력을 통한 비용 인상 최소화를 당부하고 있다"며 "경각심을 갖고 물가안정에 총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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