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켜진 경기침체 신호…한시가 급한 '추경'은 하세월

생산·소비·투자 '트리플 감소'…산업생산 코로나19 이후 최악
전문가들 "지금 당장 추경 협의해야…SOC·자영업자 먼저 지원"

서울시내 한 아파트단지 공사현장.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시내 한 아파트단지 공사현장. ⓒ News1 박세연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지난 1월 경제활동의 3개 축인 생산·소매판매·투자 지표가 모두 위축되는 '트리플 감소'가 발생하면서, 우리나라의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생산은 반도체 업황이 둔화한 데 이어 건설업 침체가 심화하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긴 설 연휴에도 내수 부진이 이어진 가운데 트럼프발 관세 전쟁 등 경제 하방 압력으로 인해 1%대 저성장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잇따른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를 완화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여야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등을 두고 장기간 대립하면서, 추경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생산·소비·투자 '트리플 감소'…건설업 침체 직격탄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전(全)산업 생산지수는 전월 대비 2.7%, 소매판매지수는 0.6%, 설비투자는 14.2% 각각 감소했다. 전산업 생산은 코로나19 시기였던 2020년 2월(-2.9%) 이후 4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우리나라 경제를 견인했던 반도체 생산은 전월보다 0.1% 증가하는데 그치면서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이는 지난해 9월 0.7% 감소한 이후 가장 저조한 실적이다.

여기에 건설업 경기 악화가 감소세를 더욱 키웠다. 1월 건설업 생산을 나타내는 건설기성(불변)은 건축(-4.1%)과 토목(-5.2%) 공사 실적이 모두 줄어 4.3%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3월(-9.4%) 이후 10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이다.

소비는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긴 설 연휴가 있었음에도 반등하지 못했다.

1월 소매판매는 통신기기·컴퓨터 등 내구재(1.1%) 판매가 증가했으나, 의복 등 준내구재(-2.6%)와 화장품 등 비내구재(-0.5%) 판매가 줄어 전체적으로 감소했다.

반도체 제조용 기계 등 기계류(-12.6%)와 기타 운송장비(-17.5%)를 중심으로 투자가 감소하면서, 설비투자도 전월보다 14.2% 줄었다. 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2020년 10월(-16.7%)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생산, 소비, 투자 등 경제활동 3개 축이 모두 부진하면서, 현재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98.4로 전월 대비 0.4포인트(p) 하락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전월 증가에 따른 기저효과와 긴 설 연휴의 영향으로 주요 지표가 모두 마이너스(-)로 전환됐다"며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소비와 건설투자 등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경제가 이미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지만, 정부는 아직 이를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산업활동 동향 지표는 월별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모든 지표가 감소했다고 해서 경기 상황이 나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본문 이미지 - 서울 시내 한 식당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 시내 한 식당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News1 김도우 기자

전문가들 "지금 당장 추경해야…여·야·정 리더십 발휘할 때"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 신호가 감지되고 있는 만큼, 추경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정세은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산업과 투자가 크게 위축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추경이 필요하다"며 "대선 국면에 돌입하면 추경 논의를 놓칠 수 있는 만큼, 정부와 정치권이 리더십을 발휘해 추경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석진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이미 추경을 해야 했던 시점이 지났다"며 "3월부터는 자영업자들이 견딜 힘이 없다. 지금이라도 빠르게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추경이 자영업자와 SOC 지원에 집중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저소득층 거주 지역의 건설·교통 인프라 등 SOC 투자로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건설 경기를 부양하면 내수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석진 교수는 "소비 바우처나 민생지원금과 같은 직접적인 지원이 자영업자 매출 증대에 효과적일 수 있다"며 "자영업자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매출을 증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본문 이미지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국정 안정을 위한 국회-정부 국정협의회 첫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우원식 국회의장, 이 대표. 2025.2.20/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국정 안정을 위한 국회-정부 국정협의회 첫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우원식 국회의장, 이 대표. 2025.2.20/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멈춰 선 국정협의회…추경 논의는 난항

현재 정부와 여야는 추경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세부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여야정은 지난달 20일 첫 여·야·정 국정협의체를 열었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

이후 지난달 28일 제2차 여·야·정 국정협의체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더불어민주당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을 보류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문제를 제기하면서 불참을 선언해 파행됐다.

여야는 아직 추경 편성의 명분과 규모, 시기를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건전 재정을 유지하면서 꼭 필요한 분야에만 선별적으로 예산을 투입하는 '핀셋 추경'을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민생 소비 쿠폰 지급 등을 포함한 35조 원 규모의 '슈퍼 추경'을 요구하고 있다.

여당은 편성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의 예산 조기 집행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즉각적인 편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일단 여야는 여·야·정 국정협의회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과 정부를 뺀 여·야 협의회를 오는 6일 열어 추경 등 논의를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추경을 편성해도 실제 집행까지는 최소 2~3개월이 소요되는 만큼 적기에 재정이 투입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편 한국은행은 최근 미국의 관세 정책과 국내 정치 불안을 반영해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5%로 하향 조정했다. 영국 캐피털 이코노믹스(CE)도 지난달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1%에서 1.0%로 낮췄다.

phlox@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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