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탄핵에도 지켜낸 '국가신인도'…"혼란 길어지면 장담 못해"

피치, 탄핵정국서 첫 발표 'AA-·안정적' 유지…정부, 신인도 관리 총력
향후 핵심평가 요인으로 '정치' 꼽아…정국 장기화하면 타격 불가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에 앞서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이복현 금감원장,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김병환 금융위원장. (기획재정부 제공) 2025.2.7/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에 앞서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이복현 금감원장,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김병환 금융위원장. (기획재정부 제공) 2025.2.7/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12·3 계엄령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 등 정국 불안에도 국가신인도 사수에 청신호가 켜졌다. 다만 현재와 같은 정치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향후 평가가 변할 여지도 있어 신속한 불확실성 해소가 요구되고 있다.

9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최근 국제신용평가사 피치(Fitch)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 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지난 2012년 9월 현재 신용등급과 전망을 부여한 후 12년 5개월째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갑작스러운 계엄령 사태로 시작된 정치 불안은 국가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다수였다.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하면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정부의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한다. 결국 재정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아울러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 악화로 '투자자금 엑소더스'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진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12·3 계엄령 사태 당시 국무회의에서 대외신인도 악화를 계엄령 선포 반대의 중요한 이유로 꼽은 바 있다.

실제 글로벌 신평사들이 정치 불안을 근거로 신용등급을 강등한 사례는 더러 있다. 피치는 지난 2023년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낮추면서 의사당 폭동 사태를 배경으로 꼽은 바 있다.

지난해 12월 무디스는 정치적 분열을 주된 사유로 들며 프랑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Aa2에서 Aa3로 한단계 낮췄다. 프랑스 의회 내에서 예산, 정책 등을 둔 대립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탄핵정국 이후 최 권한대행을 비롯한 경제수장들은 대외신인도 사수를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꼽으며 글로벌 신평사, 외국 투자기관들과 소통을 강화해 왔다.

최 대행은 윤 대통령 탄핵 이후 수차례 서신과 화상회의, 미팅, 간담회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소통하며 한국 경제의 안정성을 강조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 후에도 소통을 이어나갔다.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에서도 대외신인도와 외국인 투자심리의 안정을 위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발표해 왔다.

정부 내에서는 지난달 김범석 기재부 1차관이 주재하는 '범정부 국가신용등급 공동대응 협의회'를 출범하기도 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최 대행이 지속적으로 국제 신평사들과 소통하고 '헌법과 법률·절차에 따라 국가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고 일관된 메시지를 보낸 것이 주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탄핵 정국 이후 처음으로 발표된 국제신용평가에서 기존 등급과 전망을 유지한 만큼 정부의 목표인 대외신인도 사수에는 일단 청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본문 이미지 -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중경 국제투자협력 대사, 최종구 국제금융협력 대사를 접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2025.1.10/뉴스1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중경 국제투자협력 대사, 최종구 국제금융협력 대사를 접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2025.1.10/뉴스1

향후 핵심 평가요인도 정치 불확실성…"정치 위기 장기화시 시스템 위험 요소"

그러나 향후 정치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에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피치도 신용평가보고서에서 향후 핵심 평가 요인으로 정치 불확실성을 꼽았다. 피치는 보고서에서 "최근 정치적 불확실성이 급격히 증가했으며, 향후 몇 개월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로서는 이 상황이 한국의 제도, 거버넌스, 경제를 본질적으로 훼손할 것으로 보지 않지만, 정치적 위기가 장기화할 경우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피치는 그러면서 향후 정치 변동성의 증가, 장기적 정책 교착상태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7일 발표한 '2024년 한국 연례협의 보고서'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을 올해 경제의 주요 하방요인으로 꼽았다. IMF는 보고서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의 장기화는 투자·소비 심리에 악영향을 미치고 금융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향후에도 최 대행과 최근 임명된 최종구 국제금융협력대사 등을 중심으로 대외신인도 관리에 총력을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최 대사는 오는 11~14일 홍콩과 싱가포르를 방문해 피치,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한국 신용등급 담당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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