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1) 김승준 기자 = '기후변화'가 가축전염병 장기화와 농산물 수급 관리 실패 등 국내 농가에 연이어 악영향을 끼치면서 농정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찾아온 이례적인 추위에 철새 북상 시기가 늦어짐에 따라 보통 2월 급감하던 조류인플루엔자(AI)는 3월말인 현재까지도 6번째 확진 사례가 나오면서 발병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배추와 무 등 농산물도 이상 기후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올겨울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농가와 소비자들에게 이중으로 고통을 안겼다.
2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겨울 철새 북상이 늦어지는 것을 고려해 축산농장과 축산시설·차량, 전국 철새도래지·소하천·저수지 및 주변 도로 등에 대한 소독을 강화한다.
애초 올해 AI 특별방역대책기간도 2월 종료 예정이었지만, 3월 14일까지 한 차례 연장했다. 2월 겨울 철새 서식이 1월보다 증가하고 산발적 확진이 이어지는 상황을 고려한 조치다.
방역 대책 기간 연장에도 조류인플루엔자 확진이 이어지면서, '전국 일제 소독의 날'과 같은 강도 높은 방역 조치가 3월 말까지 이어지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2월 서식 철새는 146만 마리로 추산된다. 이는 1월 128만 마리 대비 14.3% 더 늘어난 수치다. 철새 북상 시기가 늦어지며 한반도에 머물던 철새의 체류 기간이 늘고, 한반도 남쪽 지역에 있던 철새가 복귀하며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철새 이동 시기가 시작되며 3월 철새는 71만 마리(200개 지역 조사 결과)로 줄었지만, 전년보다는 크게 늘어난 수준이다. 112개 지역 기준으로 올해 3월 철새는 작년과 비교해 32.4% 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기후변화로 철새 이동 패턴이 변화하면 방역 시기가 달라지는 것은 물론 전파 지역 변화, 다른 종으로의 전파 가능성 상승 등 다양한 변수가 생긴다. 지난 16일에는 야생 삵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린 것이 확인됐다. 이는 국내에서 야생 포유류의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 감염이 확인된 첫 사례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최근 확진 사례가 나온 천안·세종 일대의 분뇨 반출 금지, 가금농장 출입 제한, 축산관계자 모임 금지 등 강도 높은 대책을 연일 발표하며 대응하고 있다.
아울러 철새 북상 경로에 있는 경기도 지역 추가 발생 가능성을 고려해 소독 강화 등 관리에 나섰다.

이상기후로 인한 부작용은 가축전염병 관리뿐 아니라 농산물 수급 관리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2024년 9월 전국 월평균 기온은 24.7도로 평년 대비 4.7도 높았다. 특히 일 최고 기온 기준 이상고온 발생 일수도 16.9일로, 2023년 4.8일에 비해 유난히 많았다.
강수 측면에서도 강수일수는 평년보다 적었지만, 강수량은 많았다. 특히 9월 19~21일에는 집중호우가 쏟아졌는데, 이 기간 제주 산지에서는 764.5㎜, 경남 창원 519.2㎜, 부산 강서 410.5㎜, 경남 사천 404.5㎜, 전남 여수 399.5㎜의 강수량이 기록됐다.
10월에도 이상 고온은 이어져 역대 두 번째로 더운 10월을 기록했고 강수일, 강수량도 평년 대비 2배 수준에 육박했다.
9·10월의 이상 기온과 집중호우는 몇 개월 후 장바구니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겨울 배추, 무가 파종되고 한창 자랄 시기에 이상기후가 겹치며 생산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배추 월간 소매가는 지난해 1월 3043원, 2월 3457원, 3월 3673원이었다. 올해 배추 월간 가격은 1월 4958원, 2월 5142원, 3월 5514원으로 1700~1900원가량 올랐다.
무는 지난해 1월 1596원, 2월 1705원, 3월 1875원이었던 가격이 올해 1월에는 3172원, 2월 3181원, 3월 3099원으로 대폭 올랐다.
정부는 단기적으로는 소매 할인 지원, 할당 관세, 대체 품목 소비 유도 등으로 소비자들의 부담 경감을 위해 대응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배추 저장 기간을 늘려 수급 관리 역량을 확보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저온 환경에서 산소 농도를 낮추면 농산물의 호흡을 억제해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다. aT는 강릉에 6159㎡ 규모의 저온 비축 기술이 적용된 비축기지 신규 건립을 추진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기후변화는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닌 당면한 문제로, 정부는 기후변화 대응 역량을 키우기 위해 R&D부터 인프라 구축까지 전방위적 노력을 하고 있다"며 "안정적인 농식량 공급이라는 측면에서 정부는 총력 대응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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