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대오 균열? 이제 '각자도생'…"전공의로 돌아갈 명분 필요"

정부에 대한 실망과 무관심 대부분…"탑다운 방식 불가능"
"메디스태프 말곤 알 길 없다"…국회-전공의 4월 3일 토론

9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학 병원 내 전공의 전용 공간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5.2.9/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9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학 병원 내 전공의 전용 공간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5.2.9/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지난해 2월 정부의 의대증원에 반발하며 학업을 중단했던 의대생들이 돌아오면서, 사직 전공의들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단일대오'가 깨진 가운데 바꿀 수 있는 게 없다면 돌아가겠다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그런 한편, 전공의 단체(대한전공의협의회)는 다음 달 3일 국회에서 '의료현장 정상화를 위한 정책대화' 2차 토론회를 연다. 주제는 '의료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거버넌스 구축과 정부 신뢰 회복 방안'으로 사태 해결의 끈을 놓지 않은 채 정책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입장이다.

개개인 상황 제각각…의중 하나로 모으기 힘들어

31일 의료계와 대학가에 따르면 제적 위기에 처했던 의대생들은 속속 학교에 복학을 등록하는 분위기다. 다만 전공의들의 복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의대생처럼 개개인의 상황이 같지 않고, 또 제각각이라 의중을 하나로 모으기 힘든 편이다.

보건복지부가 파악한 현황을 보면 전체 전공의 1만 3531명(지난해 2월 말 기준)의 12.4%인 1672명만 수련을 이어가고 있다. 동네 병의원 봉직의로 일하는 이들(5467명)도 많고, 약 880명은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공보의)로 군 복무하게 됐다.

박단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달 들어 자신의 페이스북에 "거대한 권력 앞에 여전히 무력감을 느끼지만, 어쨌거나 끝장은 봐야겠다(2일)", "처단. 상대의 칼끝은 내 목을 겨누고 있는데, 팔 한 짝 내놓을 각오도 없이 뭘 하겠다고(28일)"라는 등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본문 이미지 - 조정훈 국회 교육위원회 감사반장이 18일 오후 부산 금정구 부산대학교에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의 부산대, 경상국립대, 부산대병원, 부산대치과병원, 경상국립대병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앞서 조건 없는 학생 휴학과 대학의 자율성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는 부산대 의과대학 비상시국 정책대응위원회 소속 교수, 학생들과 대화하고 있다. 2024.10.18/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조정훈 국회 교육위원회 감사반장이 18일 오후 부산 금정구 부산대학교에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의 부산대, 경상국립대, 부산대병원, 부산대치과병원, 경상국립대병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앞서 조건 없는 학생 휴학과 대학의 자율성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는 부산대 의과대학 비상시국 정책대응위원회 소속 교수, 학생들과 대화하고 있다. 2024.10.18/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현실적으로 단일대오 유지 힘들어…"뭉치도록 돕거나, 협상할 때"

하지만 일선 사직 전공의 사이에서는 다른 분위기도 느껴지고 있다. 한 사직 전공의 A 씨는 "일부는 군대에 갔고, 일부는 돌아갔다. 이 과정에서 서로 실망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며 "사태에 대한 관심도도 떨어지고 있다. 이제 '각자도생' 분위기"라고 말했다.

A 씨는 "어떤 분위기인지 메디스태프 말고는 모르겠다. 병원 내에서는 의견 교환도, 공지도 없다"며 "오는 6월쯤까지 나아지는 게 없이 이대로 간다면, (심적으로) 흔들리고 복귀를 고민하겠다는 말은 들어보긴 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사직 전공의 B 씨는 "투쟁의 가장 중심에 있는 단일대오가 무너졌다는 상실감이 큰 것 같다. 지난해처럼 탑다운 방식의 단일대오 유지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박단 위원장이 '팔 한 짝' 메시지를 냄으로써 단일대오 유지는 더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B 씨는 "정부를 향한 반발은 계속 있지만 내부 구성원이 희생해 이뤄질 단일대오는 힘들어 보인다"면서 "뭉치도록 돕는 게 대전협의 숙제다.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전공의들은 예전보다 많아진 게 맞다"고 첨언했다.

적절한 협상으로 피해를 줄일 때라는 '현실론'도 대두되고 있다. 의대 교수 C씨는 "사직 전공의들이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 지도부가 적절한 협상을 했더라면 어떨까 아쉽다"며 "대다수는 침묵하고 있는데, 전공의 생활을 할 의욕도 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정재훈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 상황이 궁극적으로 어떤 결론을 맺게 될지, 그 끝을 각자가 진지하게 고민해 주셨으면 한다"며 "여러분(젊은 의사) 자신이 생각하는 실현 가능하고 현실적인 목표를 명확히 해주셨으면 한다"고 썼다.

전공의 상반기 모집은 종료돼 현재 올해 남아 있는 복귀 기회는 7∼8월에 시행되는 하반기 모집이다. 복지부는 앞으로 전공의 수련 환경 혁신 지원사업, 다기관 협력 수련 시범사업, 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며 국가 책임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대전협과 대한의사협회는 국회입법조사처·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전공의들의 목소리를 정책에 적극 반영하고,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자는 취지로 '의료현장 정상화를 위한 정책대화' 2차 토론회를 다음 달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다.

이번 토론회 주제는 '의료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민주적 거버넌스 구축과 정부 신뢰 회복 방안'으로 지난해 2월 2000명 의대증원 결정 등 14개월간의 의정갈등을 되짚어보고, 의사인력 수급 추계위원회 등 논의 기구 출범을 거론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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