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96% "국시 거부한다"…내년 의사 배출 초비상

의대생 단체 "문제 해결 원하면 정부는 조속히 결단 내려야"
"증원 방조한 대학도 책임…휴학 승인하거나 유급 처리해야"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과대학 앞을 시민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다. 2024.7.10/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과대학 앞을 시민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다. 2024.7.10/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2000명 의대증원으로 촉발돼 5개월째 이어져 온 의정갈등이 의대생의 의사 국가시험 거부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대다수 의대생이 국시를 거부하면 매년 약 3000명 배출되던 신규 의사 공급마저 끊긴다. 또한 전공의들이 사라질 뿐 아니라 전문의 배출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2025년도 의사 국시를 치러야 할 전국 40개 의대 본과 4학년 대부분이 시험을 보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다수 학생은 각자 휴학계를 낸 뒤 수개월째 돌아오지 않고 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는 전국 40개 의대 본과 4학년 3015명에게 설문한 결과 응답자(2903명)의 95.52%(2773명)가 국시를 위한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 제출을 거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은 지난달 의사 국시 시행계획을 공고했다. 의사 면허를 취득하려면 9~11월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국시 실기시험과 이듬해 1월 필기시험에 모두 합격해야 한다.

응시 대상자를 확인하기 위해 각 의대는 졸업 예정자 명단을 지난달 20일까지 국시원에 제출해야 했으며, 이를 위해서는 응시 예정자의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가 필요하다. 국시원에 따르면 개인정보 제공을 하지 않을 경우 의사 국가시험 접수가 불가하다.

정부는 의대생들이 유급하지 않게 유급 판단 시기를 학기 말이 아닌 학년 말로 조정하고 수업일수 단축도 가능하다는 방안을 내놨지만, 본과 4학년은 물론 의대생들의 복귀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손정호 의대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본과 4학년 학생들 대부분이 의사 국가고시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는 현 의료 사태에 대한 학생들의 강경한 의지를 나타낸다"고 말했다.

이어 "원하는 바는 이미 의대협 대정부 요구안을 통해 전달했다. 앞으로 일어날 사태는 모두 정부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며 "문제 해결을 원한다면 정부는 조속히 결단을 내리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들의 요구는 △필수의료패키지·의대증원 전면 백지화 △의정 동수의 보건의료 거버넌스 구축 △정책 졸속 추진 사과 △의료행위 특수성 고려한 의료사고 제도 도입 △합리적 수가 체계 △의료전달체계 확립 △수련환경 개선 △휴학계에 대한 공권력 남용 철회다.

7일 오전 대구 달서구 계명대학교 성서캠퍼스 의과대학 출입구에서 의대 교수들이 재학생들의 휴학계 제출 승인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열고 있다. 2024.6.7/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7일 오전 대구 달서구 계명대학교 성서캠퍼스 의과대학 출입구에서 의대 교수들이 재학생들의 휴학계 제출 승인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열고 있다. 2024.6.7/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의대생들은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가 400명씩 10년간 의대정원을 늘리겠다는 발표에 동맹휴학과 국시 거부로 맞선 바 있다. 정부는 의대증원을 보류하는 등 물러설 수밖에 없었고 의대생 구제를 위해 국시 재응시 기회도 줬다.

그렇게 이듬해(2021년) 국시 실기시험은 상·하반기 두 차례 이뤄졌고 재응시 기회를 얻은 의대생들은 시험을 치르고 면허도 취득했다. 정부는 이번에도 의사 국시를 추가 진행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의사 국시와 관련해 연기와 추가, 제3의 방식을 검토했지만 추가 실시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면서 "보건복지부에서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의대생들은 정부가 의대증원 원점 재검토 같은 자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한 국시는커녕 학교에 돌아가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라 의학교육의 정상화는 험난해 보인다.

본과 4학년 수천명이 국시를 보지 않을 경우 당장 신규 의사 공급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료체계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전공의 수급도, 전문의 배출도 차질이 생긴다. 군과 의료취약지에서 일하는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사 신규 인력도 줄어들 수 있다. 2000명 의대증원보다 3000명 의사인력 공급 중단이 더 심각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필수 진료과 학회의 수련이사를 맡고 있는 한 의대 교수는 "정부는 빈틈이 생기지 않게 별의별 제도를 얘기하나, 갈수록 황당하다. 수업도 없었는데 학년 진급, 의사로 만들어준다니 누가 전문가로 인정하겠는가. 학생들도 원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대로면 내년 한 해 의사 배출은 안 된다. 전공의 복귀 대책과 의대생 복귀 대책은 다른 차원이다. 의대생은 유급시키거나 휴학을 허용해야 한다. 의대증원을 방조한 대학 책임도 크다. 학생 수가 2배로 늘더라도 학교가 감당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고려대학교 의과대학과 부속 안암·구로·안산병원의 고려대학교의료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부터 응급·중증 환자를 제외한 일반 진료를 대상으로 무기한 자율적 휴진에 들어간다. 의료인들의 누적된 과로를 피하고, 환자 안전을 지키겠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들은 "현 사태의 책임이 정부에게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정부가 학생 휴학 승인 및 전공의의 사직처리에 대한 억압을 철회할 것과 현 의료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전공의 요구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전공의와 대화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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