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이중항체 전문기업 에이비엘바이오(298380)가 글로벌 제약사 GSK와의 4조 1000억 원 규모 기술이전 계약 체결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대박 계약의 중심에는 에이비엘바이오가 독자 개발한 뇌혈관 장벽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Grabody-B) 기술이 있다. 업계에서는 이 기술이 중추신경계(CNS) 치료제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로 보고 있다. 좋은 약을 만들어도 뇌까지 닿기 어려워 개발을 포기해야 했던 수많은 약들이 다시 빛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어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에이비엘바이오는 글로벌 제약사 GSK와 뇌혈관 장벽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Grabody-B)를 기반으로 새로운 퇴행성 뇌 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제약·바이오 업계에선 최대 난제 중 하나로 꼽혀온 BBB를 넘을 기술이 눈앞으로 다가왔다는 기대감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전날 에이비엘바이오 주가는 개장 직후 상한가(29.96%)로 치솟은 뒤 시장이 닫힐 때까지 이를 유지했는데, 이는 시장의 관심이 얼마나 큰지를 가늠할 수 있다.
인간의 뇌는 외부 유해물질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혈액-뇌 장벽'(BBB, Blood-Brain Barrier)이라는 구조로 형성됐다. 인간의 뇌를 지키는 가장 단단한 벽이지만, 문제는 유익한 약물조차도 통과시키지 않는다는 점이 늘 과제였다. 실제로 중추신경계 질환 치료제의 98% 이상이 BBB를 넘지 못해 임상 개발이 좌초됐다는 분석도 있다. '좋은 약을 만들어도 뇌까지 닿지 못하는' 근본적인 난제를 해결하지 못한 셈이다.
에이비엘바이오의 Grabody-B는 이런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기술로 꼽힌다. 이 플랫폼은 인슐린 유사 성장 인자 1 수용체(IGF1R)를 표적으로 삼아, 약물을 '셔틀'처럼 BBB를 통과시켜 뇌로 전달한다. 기존의 항체 기반 치료제에 Grabody-B를 결합하면 뇌 안까지 약물이 도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특히 비침습적(Non-invasive) 방식으로 BBB를 통과할 수 있기 때문에, 치료 효율성은 높이고 부작용은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기대감이 큰 만큼 계약 규모도 크다. 이번에 에이비엘바이오가 GSK와 체결한 기술이전 계약은 총 4조 1000억 원 규모(선급금·마일스톤 포함)로, 국내 바이오 기술 수출 사상 역대 두 번째 규모에 해당한다.
이 계약은 Grabody-B 플랫폼을 활용한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협업으로, 에이비엘바이오는 후보물질 발굴 및 초기 개발을 맡고, GSK가 임상과 상업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미 에이비엘바이오는 Grabody-B를 적용한 파킨슨병 치료제 'ABL301'을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에 기술을 이전한 바 있으며, 현재 해당 후보물질은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특히 주목받은 점은 기술 확장성이다. 최근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등 중추신경계 질환은 고령화 사회에서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데, Grabody-B는 항체-약물 접합체(ADC), 면역항암제, 이중항체 등 다양한 약물 플랫폼에도 적용할 수 있어 다양한 질환에 활용할 수 있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이번 계약은 그랩바디-B의 사업화를 통해 퇴행성 뇌 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에이비엘바이오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고, 그랩바디-B의 적용 가능 모달리티를 확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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