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근육 약화하는 '듀센근이영양증' 새로운 치료전략 제시

"EZH2 과활성화, 근육 염증 발생과 직접적인 연관"
"EZH2 억제제 통해 스테로이드 치료 부작용 최소화할 수 있어"

본문 이미지 - 채종희 서울대병원 임상유전체의학과 교수, 최무림 서울의대 의과학과 교수, 전은영 학생(서울대병원 제공) 2025.3.10/뉴스1
채종희 서울대병원 임상유전체의학과 교수, 최무림 서울의대 의과학과 교수, 전은영 학생(서울대병원 제공) 2025.3.10/뉴스1

(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 국내 연구진이 근육이 점차 약화하는 유전성 희귀질환인 듀센근이영양증(Duchenne Muscular Dystrophy, DMD)의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

20일 채종희 서울대병원 임상유전체의학과 교수와 최무림 서울의대 의과학과 교수팀은 듀센근이영양증 환자와 동물 모델의 근육 조직을 분석해 EZH2 유전자의 과활성화가 근육 섬유화와 염증 반응을 유발하는 핵심 기전임을 규명하고 이를 억제하는 새로운 치료법의 가능성을 제시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듀센근이영양증은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근육이 점차 약화하고 섬유화가 진행되는 유전성 희귀질환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환자는 운동 능력을 상실하고 심장 및 호흡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 환자는 약 2000명으로 추산되며 주로 남아에서 발병한다. 현재 대표적인 치료제인 스테로이드는 염증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 사용 시 근육 섬유화, 성장 장애, 체중 증가 등의 부작용이 있어 치료적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세포의 증식과 분화를 조절하는 'EZH2 유전자'에 주목했다. EZH2 유전자는 세포 성장과 분화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지만, 과활성화될 경우 근육 재생을 방해하고 섬유화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듀센근이영양증 환자, 비교적 경증인 베커근이영양증 환자, 정상 대조군의 근육 조직을 대상으로 단일핵 전사체 분석 및 공간 전사체 분석을 수행해 EZH2 유전자의 발현 수준 및 근육 섬유화 기전을 정밀 분석했다. 또한 듀센근이영양증 동물 모델에서도 동일한 분석을 수행해 인간 환자 샘플과 비교했다.

그 결과 듀센근이영양증 환자 및 동물 모델에서 EZH2 유전자의 과활성화가 근육 섬유화 및 염증 반응과 직접적으로 연관됨을 확인했다. 또 듀센근이영양증 동물 모델(D2-mdx 생쥐)을 활용해 EZH2 억제제(GSK126, tazemetostat)를 단독 투여하거나 스테로이드(deflazacort)와 병용 투여한 후 근육 조직의 변화 및 근력 회복 효과를 평가했다.

실험 결과 EZH2 억제제를 단독 투여한 그룹에서 근육 섬유화가 감소하고 근섬유 크기가 증가하며 정상 근육과 유사한 형태로 회복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또한 스테로이드 단독 투여군과 비교했을 때, EZH2 억제제를 병용 투여한 그룹에서 근육 조직의 섬유화가 감소하고, 근력 테스트 결과 근력이 유의미하게 증가한 결과가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EZH2 억제제가 스테로이드 치료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도 근육 재생을 촉진하고 근력 향상을 가져올 수 있음을 입증한 중요한 연구로, 듀센근이영양증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 사업 및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IF: 13.6)' 최신호에 게재됐다.

ur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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