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규빈 조유리 기자 = 서울대의대·서울대병원 강희경·하은진·오주환·한세원 교수가 '미복귀'를 종용하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와 의대생들을 향해 강도 높게 비판하자, 의료계가 또다시 내홍에 휩싸였다. 의료계 일부는 의대 교수 4인이 소신 발언을 했다며 동조하는 한편, 대다수는 소수의견에 불과하다며 비판하고 있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의대·서울대병원 강 교수 등은 지난 17일 '복귀하는 동료는 더 이상 동료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분들께 이제는 결정할 때입니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메디스태프(의료계 커뮤니티), 의료 관련 기사 댓글,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의 페이스북 글들 안에, 환자에 대한 책임도, 동료에 대한 존중도, 전문가로서의 품격도 찾아볼 수 없는 말들이 넘쳐난다"며 "조금은 겸손하면 좋으련만 의사 면허 하나로 전문가 대접을 받으려는 모습도 오만하기 그지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사만이 의료를 할 수 있다'는 오만한 태도로 간호사나 보건 의료직들을 깎아내리는 말을 서슴지 않는데, 솔직해져 보자"라며 응급실에서의 응급 처치, 정맥 주사 잡기 등의 술기를 응급 구조사, 간호사들에게 배우지 않았나"고 주장했다.
사직 전공의를 비롯한 젊은 의사들은 성명서를 두고 즉각 반발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같은 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교수라 불릴 자격도 없는 몇몇 분들께'라는 글을 통해 "병원장은 교수에게, 교수는 전공의에게 노동을 전가하고 있으며 전공의가 없는 지금, 교수는 이제 간호사에게 의사의 책무를 떠넘기고 있다"며 "교수는 전공의 부재를 핑계로 신규 간호사를 착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도 "일주일에 140시간 일을 한 경우는 수련할 때 잠깐인데, (병원에 오래 남아있는 일부 교수들은) 영원히 140시간 일을 하기를 바란다"며 "이 때문에 (제가) 지난해 가장 많이 들은 소리가 0.5인분만 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일주일에 진료를 60~70시간 정도만 했다는 이유에서다"라고 말했다.
메디스태프에는 '학생과 전공의들을 무시하는 교수들이 나중에 늙어서 이들에게 진료를 받아야 할 때가 올 것' '(교수 4인의) 머릿속에는 본인들과 노예(전공의)를 제외한 국민들은 제3세계 인간들에 불과하다' 는 등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서울의대 교수 4인의 발언을 두고 옹호하며, 더 이상의 내분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증질환 환자 단체인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환자를 버린 행위까지 감싸주는 의사 카르텔의 문제를 수면 위로 올렸고 비판했다"며 "현장에서 환자를 지키고 있는 소수의 전공의를 응원한다. 이익을 위해 자리를 떠난 이들에게 부여하는 특례가 아니라 수모를 겪고도 남은 이들을 향한 특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 외과 교수는 "연세대와 고려대는 미등록 휴학 신청자의 최종 등록기한이 당장 이번 주(21일)까지이고, 나머지 의과대학도 다음 주면 등록 기한이 끝난다"며 "누군가는 등록을 망설이고 있는 의대생들에게 복귀를 하라고 목소리를 내야 할 시점이었다"고 강조했다.
정재훈 고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책임은 젊은 세대에 있지 않다. 오히려 이전 세대의 무관심이나 책임 부족으로 인해 지금의 젊은 세대가 더 많은 고통과 상처를 받았을지도 모른다"며 "이 갈등이 길어질수록 우리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과 세대 간 부양의 문제가 더욱 크게 다가올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성명서를 두고 의료계 안팎에서 논란이 이어지자, 오주환 서울의대 국제보건정책 교수는 전날(18일) '더 나은 의료시스템을 함께 만들어가는 의료소비자-공급자 공동 행동' 주최 토론회 말미에 "우리의 비난은 돌아가고 싶어 하는 이에게 강요라는 행동, 돌아간 이에 대해 리스트를 만들어 다시 못 가게 하는 억압이었다"며 "(사직 등은) 민주사회에서 욕을 먹을지 모르겠지만, 저라도 정당하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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