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 신종 전자담배가 늘어나며 청소년의 흡연율이 증가하고 있다. 10대들은 실제로 전자담배를 통해 흡연을 시작할까. 성인 흡연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어느 정도일까.
질병관리청은 이러한 궁금증에 답해줄 조사를 7년째 수행하고 있다. 바로 10년 장기 추적(2019년~2028년), '청소년건강패널조사'를 통해서다.
18일 질병청에 따르면 해당 조사는 국내 청소년의 건강행태 변화와 성인기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선행 요인 등을 파악하기 위해 진행되고 있다. 2019년 전국 초등학교 6학년 학생 5051명을 대상으로 시작돼, 올해 조사 대상자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다.
청소년 시기는 성인이 된 다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습관이나 건강행태, 인간관계 등이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다. 이때는 흡연과 음주, 신체활동, 식습관 등 건강행태가 연령에 따라 급격히 변한다. 반면 신체·정신적으로는 미성숙한 단계라 흡연, 음주 등이 이후 건강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때이기도 하다.
청소년기에 만들어진 건강하지 않은 행태는 성인기 건강에도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치기에 10대 때 변화하는 건강행태에 대한 분석이 필요한 상황이다.
청소년패널조사 기획에 참여한 임민경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사회의학교실 교수는 "청소년은 여러 사회 환경적 요인에 의해 굉장히 복합적인 영향을 받는 집단"이라며 "현재 건강행태가 어떠한지도 물론 중요하지만 성장 과정에서 음주와 흡연, 신체활동 등이 어떻게 상호 작용하고,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기존 '청소년건강행태조사'는 현황을 파악하는 데 유용하지만 성인기까지 이어지는 건강행태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또한 조사 대상이 중학교 1학년~고등학교 3학년으로 제한돼 초·중·고등학교로 학교급이 바뀌는 단계와 성인기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분석이 불가했다.
이에 질병청은 대상을 초등학교 6학년생부터로 확대하고 여러 선행요인을 포함한 문항을 활용해 제한점을 보완하는 패널조사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개인과 가족, 친구, 학교, 지역사회 차원에서 건강행태변화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조사를 바탕으로 후속 패널 2기를 도입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조사는 태블릿PC를 통한 자기기입 방식 또는 조사원의 가구 방문을 통해 이뤄진다. 문항은 흡연, 음주, 식생활, 신체활동 등 크게 4가지 주제로 설문 200문항과 가정환경에 대한 보호자 설문 23문항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보호자는 전화조사도 가능하다.
2023년 청소년건강패널조사 주요 결과를 살펴보면, 청소년(초6~고1) 흡연 경험은 학년이 높아질수록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초등학교 6학년 당시 '담배 제품 사용 경험률'은 0.35%였으나 2023년 고등학교 1학년에 6.83%로 증가했다.
중학교 3학년에서 고등학교 1학년으로 올라갈 때 액상형 전자담배는 1.11%p(포인트), 궐련형 전자담배는 0.96%p, 일반담배 0.55%p 순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이었던 이들이 학년이 올라가며 일반담배(궐련)와 전자담배, 궐련형 전자담배 등을 더 많이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담배 제품을 중복해서 사용하는 비율은 현재 궐련형과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이들에서 높게 나타났다. 액상형 전자담배의 경우 중복 사용률은 73.8%로 일반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를 포함해 3종 중복사용률은 73.8%이며 일반담배와 중복사용은 47.2%였다.
담배 제품을 한 번이라도 경험해 본 이들 중 액상형 전자담배로 처음 시작한 학생의 12.4%는 현재 일반담배 흡연자이며 담배 제품 현재 사용자 중 액상형 전자담배로 처음 시작한 학생의 60.3%는 일반담배를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질병청 관계자는 "액상형 전자담배로 시작했으나 최근 조사에서 일반담배를 주로 사용하는 청소년이 10명 중 6명에 달한다"며 "조사를 지속해서 사례가 더 확인되면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의 위험성과 규제 필요성에 대한 근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패널조사를 통해 장기 추적 분석은 건강행태 정책 수립의 근거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임 교수는 "선행 요인들을 파악해서 정확하고 좋은 중재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미래에 질 높은 인적 자원을 확보하고 건강 비용으로 인한 부담을 최소화하는 데 있어서 너무나 중요한, 건강 정책의 풀뿌리가 되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조사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대상자인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참여다. 일관된 대상자의 변화 양상을 추적, 관찰하기 위해서는 표본의 특성에 변화가 적어야 좋다. 다만 입시에 대한 부담이 큰 시기인 만큼 자발적 참여를 높이기 위한 유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질병청은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조사를 앞당겨 이달부터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청소년 패널 유지율은 약 82%로 높은 수준이다.
국내 청소년 건강행태 정책의 가장 기본이 될 해당 연구조사가 원활히 진행되기 위해서는 예산 확보가 필수다. 청소년 패널조사가 가장 잘 이뤄지고 있는 미국의 경우 이미 약 30년 전부터 청소년 건강을 주제로 한 추적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패널 대상 또한 우리나라의 10배 수준, 5만여명에 달한다. 정부의 적극적인 연구 지원에 2기, 3기 등 후속 패널 조사가 지속해서 이어지며 이를 청소년 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하는 선순환이 이뤄진다.
질병청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2019년에 뒤늦게 조사를 시작한 후발주자로, 예산과 조사 규모의 한계가 존재한다"며 "현재 진행 중인 제1기 조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예산과 대상 규모를 확대해 조사 체계를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도 참여율을 높일 유인책 등을 위한 예산 마련과 함께 조사-연구-정책으로 이어지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환경을 반영해 보다 깊이 있고, 촘촘한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담배와 술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더욱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는 등 청소년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새로운 요인들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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