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주사 500원, 쌍커풀 수술 19만원 '염가경쟁'…의정갈등 여파

"6개월이면 술기 금방 배워…복귀하려다가 개업하기도"
의료계 "출혈 경쟁 오래 유지 어려워…가격 보고 병원 결정 안돼"

 서울 강남구 성형외과 밀집지역의 모습. 2020.5.14/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 강남구 성형외과 밀집지역의 모습. 2020.5.14/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조유리 기자

'쌍꺼풀 수술 19만원'. 평소 졸려 보이는 눈이 고민이었던 30대 여성 김 모 씨는 미용·성형 애플리케이션을 살펴보다, 인생 처음으로 성형수술을 받기로 결심했다. 100만 원은 넘는다고 알고 있었던 쌍꺼풀 수술을 20%도 안 되는 가격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뉴스1이 바비톡, 강남언니 등 미용·성형 애플리케이션에 쌍꺼풀 수술 '최저가 이벤트'를 진행하는 서울 강남구 소재 미용의원 7곳에 전화상담을 신청했다. 그 결과 모든 의원은 "광고 가격 그대로 진행을 해주겠다. 방문 상담 예약을 도와주겠다"고 답했다. 다만 첫 내원 시에만 적용되는 가격이며, (수면)마취 등을 진행할 경우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3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최근 피부과, 성형외과를 진료과목으로 내세운 의원들이 늘어나면서 '출혈'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일부 의원에서는 약 300만 원에 달하는 레이저 시술을 평일에 받을 경우 20만원에 받을 수 있다고 광고하는 한편, 첫 방문시에는 윤곽 주사를 500원에 받을 수 있다며 홍보하고 있다.

이런 배경엔 지난해 사직한 전공의들이 대학병원으로 복귀하지 않고, 비교적 개원이 용이한 미용·성형 분야에 자리 잡게 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일부 미용 의원은 사직 전공의의 월 급여가 300만 원까지 낮아지기도 했고, 가격 경쟁도 심해졌다는 평가다.

미용 의료는 국민건강보험에서 보전받지 못하는 '비급여'에 해당하지만, 의료진이 시술비를 마음대로 정할 수 있어 고소득을 올릴 수 있다. 미용 의원은 레이저, 보톡스, 필러 등 술기를 6개월~1년 정도 배우면 쉽게 개원을 할 수 있어 접근도 용이하다.

접근 용이한 미용의원에 몰린 사직 전공의…저렴한 시술 영향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일반의가 개업한 의원 수는 759개소로 지난 2023년 665개소, 2022년 673개소와 비교하면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진료과목을 '피부과'로 내걸고 개업한 의원 수는 지난해 78개소로, 이는 직전 해 44개소에 비해 약 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에서 미용 네트워크 의원을 운영하는 이 모 씨는 "지난해 개업을 했는데 같은 동네에 미용의원이 3개나 문을 열었다. 각 의원마다 진행하는 시술도 비슷하기 때문에 가격경쟁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일반의를 최대한 많이 고용하고, 시술에 드는 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미용의원에서 근무했던 일반의 정 모 씨는 "필러처럼 실명 위험이 있고, 손을 타는(실력에 따라 결과가 바로바로 보이는) 시술은 대표원장이 맡아서 하고, 보톡스 주사, 간단한 레이저 시술은 다 일반의가 맡아서 한다"며 "몇 달 정도 하면 금방 손에 익는다"고 했다.

이어 "환자 상담, 비용 결제, 불만 대응은 모두 상담실장이 하기 때문에, (의원에서 일하는) 의사는 매뉴얼대로만 움직이면 된다"며 "미용의원에서 잠깐 일하고 대학병원으로 복귀하려고 했는데, 전공의 때보다 월급도 높고 근무 시간도 적어서 굳이 힘들게 전문의 자격증을 딸 이유가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다만 의료계에선 미용의원의 출혈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김민영 포레 성형외과 원장(성형외과 전문의)은 "성형수술은 간단한 미용시술과 달리 인체의 해부학적 구조 변경을, 수술을 통해 진행해서 문제가 생기면 위험성도 더 클 수 있다"며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고 싼 가격만 보고 시술이나 수술하면 안전하고 좋은 수술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의협) 대변인도 "(미용 시장이) 어느 정도까지 확대될지는 시장에서의 가격 형성이 중요한 지표인데 (지금처럼) 출혈경쟁이 계속되면 오래 유지되기가 어렵다"며 "우리나라 보건의료를 위해서는 질환을 치료하는 의사들이 더 많아지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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